27일부터 서울 집 사면 자금계획서-증빙자료 내야

이새샘 기자

입력 2020-10-21 03:00:00 수정 2020-10-2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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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구 수성구 등 투기과열지구… 집값 상관없이 함께 제출 의무화
조정대상지역 자금조달계획서, 3억원 이상→모든 거래로 확대
수도권 대부분 지역 해당될 듯




회사원 장모 씨(38)는 최근 서울의 30평대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세무사에게 상담까지 받았다. 9억 원이 넘는 거래여서 자금조달계획서는 물론 자금 출처를 증빙해야 했는데 “대충 제출했다가 이상거래로 당국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엄포를 여러 곳에서 접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기존 전세보증금, 나와 아내의 예금 등 여러 곳에서 돈을 끌어오다 보니 서류 준비가 엄청 복잡했다”고 말했다.

27일부터는 서울에서 주택을 매입하는 모든 사람이 장 씨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20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27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는 ‘6·17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로 주택 매입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정부가 더욱 깐깐하게 들여다보고 불법 대출이나 편법 증여 등을 걸러내기 위한 취지다.

현재는 주택 매매 시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밝히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은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3억 원 이상, 비규제지역 6억 원 이상 주택 거래에만 해당된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택 가격과 관계없이 규제지역 내 모든 주택을 거래할 때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서울과 경기, 인천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사실상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주택거래 자금 출처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을 거래할 때에는 계획서 외에도 계획서 내용이 실제와 일치하는지 입증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현재는 9억 원 초과 주택만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대상이 대폭 늘어난다. 서울 전역을 비롯해 세종, 대구 수성구, 대전 유성구 등이 투기과열지구다.

증빙자료는 △은행에 저금했던 돈을 썼다면 예금잔액증명서를 △전세보증금을 뺐다면 부동산 임대차계약서를 △대출을 받았다면 금융거래확인서나 대출신청서 등을 내야 한다.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자료는 부동산 실거래 신고를 할 때 한꺼번에 제출해야 한다. 거래일로부터 한 달 내 각종 서류를 모두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국토부 측은 “증빙자료 제출이 곤란할 경우 미제출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추후 관련 기관에서 추가 증빙을 요구하면 이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획서나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법인 거래에 대한 규제도 확대됐다. 27일부터는 법인이 주택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경우 지역, 금액에 상관없이 모두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개인 거래와 달리 별도 양식을 마련해 법인 등기 현황, 거래 상대방 간 특수 관계 여부, 주택 취득목적 등을 추가로 신고하도록 했다.

이처럼 계획서와 증빙서류 제출 대상이 대폭 확대되며 벌써부터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은행 예금은 예금 출처까지도 밝혀야 하는지, 신용대출은 그대로 적어도 괜찮은 건지 중개업소마다 말이 달라 혼란스럽다”며 “무리해서라도 계약일을 26일 전으로 앞당기려고 한다”고 적기도 했다.

정부가 과도하게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거래 투명화를 명분으로 일반인에게 거래 장벽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부동산 거래는 위축시키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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