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용대출, 고신용자 쏠림 심화… 절반이 1등급

박희창 기자

입력 2020-10-20 03:00:00 수정 2020-10-2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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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48%로 4년새 8%P 증가
1∼3등급이 전체의 78% 차지
중-저신용자 비중은 갈수록 줄어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1등급 고신용자가 은행 신용대출의 절반 가까이를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신용등급의 신용대출 비중이 정체되거나 줄어든 것에 비해 1등급의 비중은 4년 새 8%포인트 늘었다. 시중은행의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신용정보회사 나이스평가정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고객 중 신용등급이 1등급인 대출자의 비중은 48%(310만8320명)로 집계됐다. 2016년 9월 말과 비교해 8%포인트 늘어난 규모다.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신용등급 1∼3등급 대출자의 비중은 78%였다. 하지만 1등급 대출자 비중이 4년 새 늘어난 것과 달리 2등급 비중은 같은 기간 2%포인트 감소한 17%로 떨어졌다. 3등급 비중은 13%로 같았다.


중·저신용자의 신용대출 비중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9월 말 현재 신용대출을 받은 중신용자(4∼6등급)는 91만6544명으로 전체의 14%에 그쳤다. 4년 전(18%)보다 4%포인트 감소한 규모다. 저신용자(7∼10등급) 대출 비중도 같은 기간 2%포인트 줄어든 8%로 떨어졌다.


1등급에 대한 신용대출 쏠림이 심화된 데는 저금리 속에서 나타난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이 영향을 미쳤다. 통상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연체율이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연체율이 낮아지면서 금융 소비자의 신용등급이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신용등급이 낮아 불이익을 받는 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저신용자 비중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이 과열되면서 대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상환능력을 꼼꼼하게 따지는 점도 한 요인이다.

신용대출이 1등급 고신용자에게 집중되면서 재테크를 통한 자산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급증세를 이어가는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저신용자들은 빚을 지렛대 삼아 돈 버는 기회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최근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윤 의원은 “돈을 갚을 수 있는 사람들의 대출을 조이는 방식은 가계대출 관리 측면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며 “부채의 질과 상환능력을 감안해 실효성 있는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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