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전쟁, 용기 싸움

김은지 기자

입력 2020-09-29 03:00 수정 2020-09-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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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 자체 포장재 개발로 승부

GS25의 아이스크림 배달 전용 보랭백. GS25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배달 주문이 폭증하면서 외식업계에서 배달용 포장재 개발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음식 품질 유지뿐 아니라 ‘배달원 음식 빼먹기’ 등 사회적 이슈에도 고객이 안심하고 주문할 수 있도록 자체 포장기술을 적용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재유행 이후 배달 시간이 기본 1시간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음식을 녹거나 식지 않은 채로 전달할 수 있는 포장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업계가 배달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외식산업 경기는 수년째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배달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외식산업경기전망지수는 지난해 2분기 70.67에서 올해 2분기 64.11로 떨어졌다. 해당 지수는 50 이상 150 이하로 측정되는데 100 미만은 시장의 위축을, 100 초과는 시장의 성장을 뜻한다.

반면 국내 음식 배달 앱 시장은 2013년 3347억 원에서 지난해 3조 원 규모로 뛴 데 이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는 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스크림을 밀봉하는 배스킨라빈스의 배달 전용 용기 ‘해피씰’과 던킨의 배달 패키지. 각 사 제공
SPC그룹이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는 8개월에 거쳐 개발한 배달 전용 패키지인 ‘해피씰’을 최근 전 품목에 도입했다. 해피씰은 제품 뚜껑과 결합한 동그란 링으로 제품을 완전하게 밀봉하는 장치다. 배달 중 뚜껑이 열려 아이스크림이 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배스킨라빈스 관계자는 “배달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코로나19로 소비자가 위생에 민감해진 만큼,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해 고객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배달에 오랜 시간이 걸려도 음식의 상태와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배달 전용 패키지를 마련하는 곳도 많다. 도넛 전문 브랜드 던킨은 코로나19 확산 후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별도 제작한 전용 용기를 도입했다. 샌드위치 등 간편식과 음료를 함께 주문하면 적용되는 종이 패키지로, 흔들림을 최소화해 제품 손상을 방지하고 외부 공기 노출을 줄여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다.

편의점 GS25는 7월 아이스크림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파인트 아이스크림 기준 2, 3개를 한꺼번에 포장할 수 있는 보랭백을 자체 제작했다. 보랭백 안에 동봉된 아이스팩은 고객이 쉽게 폐기할 수 있도록 물로만 제작했다. 아이스크림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고객을 위해 4, 5개를 한꺼번에 포장해 배달할 수 있는 대형 보랭백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배달 메뉴만을 위한 레시피를 개발해 적용하는 곳도 있다. 빙수 전문 브랜드 설빙은 1년여 간 연구를 거쳐 배달 빙수만을 위한 포장 전용 레시피를 별도로 개발했다. 배달에 취약한 빙수를 집에서도 완전한 상태로 받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수요를 파고들어 배달대행업체가 포장 용기 사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배달대행업체 바로고는 최근 포장·배달 용기 컨설팅 및 판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의뢰한 외식업체의 메뉴와 상권, 브랜드 특성 등을 고려해 최적의 배달용기를 기획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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