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대… 한번도 경험 못한 변화의 파고를 넘어라

곽도영 기자

입력 2020-09-29 03:00 수정 2020-09-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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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시대 활짝
무역분쟁-기후변화 등 불안 산재… 변화 헤쳐갈 혁신전략 필요한 때
삼성전자, IoT 활용 제품 개발… 맞춤형 스마트 가전 시장 주도
현대차, 전기차-항공모빌리티 등… 스마트 이동 솔루션 기술에 집



‘뉴 노멀(새로운 표준)은 이미 시작됐다.’

2월 말 본격적으로 확산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7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유례없던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 2.5단계 조치, 미국-중국 간 무역 분쟁, 글로벌 기후변화까지 한국의 기업계는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변화(최태원 SK그룹 회장)”를 맞이하고 있다.

주요 그룹들은 다가오는 하반기(7∼12월) 결산을 앞두고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산업 현장의 불안감을 새로운 혁신의 기회로 바꾸기 위해 경영 전략을 다잡고 있다. 한 4대 그룹 고위 임원은 “2020년은 그간 미뤄왔던 기업들의 구조조정, 혁신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던 한 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주목받고 있는 가전 시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는 가전을 나답게’ 통합 슬로건을 앞세워 전자업계에 맞춤형 가전 시장을 불러왔다. 이달 초 국제가전전시회 ‘IFA 2020’을 대체한 자체 온라인 공개행사에서도 ‘멈추지 않는 삶’을 주제로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소비자를 겨냥해 신제품들을 대거 공개했다.

단순히 가전제품 자체뿐만 아니라 이들 간의 ‘연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 가전을 중심으로 다양한 제조사의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연결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 싱스’는 국내 월간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수가 500만 명을 넘어서며 국내 스마트홈 플랫폼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1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새로운 모빌리티의 시대도 앞당겨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전기·수소차 혁신과 더불어 로봇, 개인용 비행체(PAV) 기반으로 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등 폭넓은 영역에서 인간 중심의 스마트 이동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과 사업에 뛰어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25년까지 배터리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의 연간 글로벌 판매를 총 67만 대로 확대하는 한편 한국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은 2030년부터,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은 2035년부터 적극적으로 신차의 전동화를 추진한다. 기아차는 2025년 중장기 전략 ‘Plan S’를 통해 글로벌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전기차·자율주행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한다.

SK그룹은 계열사 전반에 걸쳐 포트폴리오 혁신과 신사업 드라이브를 확대하고 있다. 2015년부터 5대 성장분야로 선정한 △바이오 제약 △정보기술(IT) 서비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액화천연가스(LNG) 밸류 체인 △반도체 소재·모듈 등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반도체·소재 분야에서 지속적인 기술, 설비 투자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에너지·화학 분야에서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글로벌 친환경 흐름에 따라 친환경 소재, 에너지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T) 등 4차 산업 핵심 기술에 대한 테크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한편 위기 상황에서도 ‘고객 가치’라는 중점 가치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자세다. 구광모 LG그룹 대표는 3월 주주총회에서 “어려움에도 기회가 있기에 LG는 슬기롭게 대처하며 위기 이후의 성장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달 22일 열린 계열사 사장단 워크숍에서도 ‘고객 가치에 대한 집요함’을 주문했다.

LG는 비대면(언택트) 시대에 맞게 재택근무, 유연 출퇴근제 확대 등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도 힘을 쏟는 등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빠르게 읽어내고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로 위기를 극복해간다는 계획이다. 계열사별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공급망, 생산 판매 전략 등 선제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유통가에도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7월 진행된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코로나와 함께 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가 내년 말까지 계속될 것 같다”며 “경제상황이 어렵다고 너무 위축되거나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업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롯데는 소비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 산업구조의 변화를 분석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언택트 소비 급증에 따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택배 메가 허브 터미널 건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정보통신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 등 유통·물류 혁신에 투자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은 최근 소재의 ‘기능성’에서 ‘가능성’과 ‘디자인’에 주목한 제품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친환경 에너지로의 산업 구조 변화로 철강업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풍력발전단지 구조물과 같은 신시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풍력발전의 확대 전망에 발맞춰 풍력발전기에 특화된 고급 강종의 생산능력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2015년 기술연구원과 마케팅실이 합심해 해상풍력발전기 구조용 강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직접 연구원들이 덴마크와 독일의 풍력 구조물 설계사들을 방문해 필요한 강재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조원가는 낮춘 새로운 강종과 그에 맞는 구조물 설계법을 고안해 제시하며 영업에 나섰다.

그 결과 포스코는 2017년과 지난해 영국의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Horn Sea’ 프로젝트에 철강재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네덜란드 ‘Fryslan’ 프로젝트 등 유럽 지역의 대형 해상풍력 프로젝트에도 강재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육상과 해상을 통틀어 전 세계 풍력발전기 10대 중 1대는 포스코 스틸로 만들어진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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