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공정임대료로 임대차 갈등 해소”

박창규 기자

입력 2020-09-25 03:00 수정 2020-09-25 16:4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市 분쟁조정위 ‘증감조정제도’… 1만5000여개 점포 데이터 기반
적정임대료 정해 증감액 잣대 활용… 조정 신청 40대 “임차료 10% 줄어”


서울 서대문구의 한 상가 점포를 임차한 A 씨(45)는 5월 서울시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분쟁조정위)의 문을 두드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대학가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매출도 타격을 입은 것이다.

A 씨가 매달 부담하는 임차료는 1100만 원 수준. 그는 분쟁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석 달간 월 임차료를 10% 적게 내고, 이후에도 합의를 통해 월 임차료를 정하기로 임대인과 의견을 모았다.

○ 임차료 부담 소상공인들, 분쟁위원회 ‘노크’

서울시가 올 4월 시작한 ‘상가임대료 증감조정제도’가 소상공인, 임차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제도는 상가 점포 임대료(임차료)의 적정한 수준을 제시해 임대인과 임차인의 다툼을 사전에 막고 상생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분쟁조정위에 접수된 분쟁조정 유형을 살펴보면 전체 126건 중 31건이 임대료 조정 관련 사안으로 나타났다.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난 뒤 갱신 과정에서 임대료 증액 또는 감액과 관련한 분쟁조정 요청 10건을 더하면 32.5%가 임대료 관련 사안이다. 2019년(16.1%)보다 높은 수준이다.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지방정부 주도로 적정한 임대료를 책정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 분쟁을 조정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과 서울시 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한 조례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임대료 관련 분쟁을 심의, 조정할 수 있는 위원회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4월부터 분쟁조정위를 통해 계약기간 중 발생하는 임대료 관련 분쟁 조정 업무를 시작했다. ‘서울형 공정임대료’도 도입했다. 서울 주요 상권 150개 핵심 거리에 있는 1만5000개 점포의 임대료와 권리금 같은 주요 정보를 기반으로 감정평가사 등이 산출한 데이터로 임대료 증액이나 감액 조정의 잣대로 활용한다.

서울시는 정확한 데이터 산출을 위해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 업무 협약도 맺었다. 임대인이나 임차인의 조정 신청이 접수되면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소속 감정평가사 등이 포함된 전문위원들이 임대료 감정 평가를 진행한다. 이후 변호사,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등이 개별 점포의 공정임대료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박주선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은 “공정임대료는 서울에서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며 “해당 지역의 평균 임대료 정보를 제공해 분쟁 해결과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공정임대료로 분쟁 및 소송 사전 예방

8월 말 현재 분쟁조정위에 접수된 상가임대료 감액 조정 31건 중 6건이 합의됐다. 서초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한 임차인은 경기 침체 및 매출 감소로 힘겨워하던 중 분쟁조정위를 통해 6개월간 월 임대료 50만 원을 감액하기로 임대인과 합의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고액의 비용이 드는 소송으로 넘어갈 여지도 줄었다.

서성만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은 “서울형 공정임대료와 상가임대료 증감조정제도가 소송 감소와 임대차 계약 안정화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대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