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경제 성적” “집값 진정”… 장밋빛 경제인식 쏟아낸 靑

황형준 기자 ,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20-08-12 03:00 수정 2020-08-12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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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률 실제로 둔화” 낙관론… 文대통령 발언 논란에 통계 제시
전세시장 불안한 상황은 언급 안해… OECD 성장전망 ―0.8%로 올리자
“상향 조정, 한국이 처음” 자화자찬… 文대통령 “가장 선방하는 나라 평가”
野 “국민들 체감과 거리멀어” 비판


텅 빈 중개업소 매물 게시판 최근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정보란이 텅 비어 있다.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이 시행된 뒤 전세 물량이 품귀현상을 빚고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11일 부동산 가격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잇따라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야당 등 일각에서는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하기는 어려운 자화자찬식 화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靑, 이틀 연속 ‘집값 잡히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실제 주택 가격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자 추가 설명에 나선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감정원 통계를 인용해 “주택가격 상승률이 지난달 6일부터 이달 3일까지 ‘0.11%→0.09%→0.06%→0.04%→0.04%’의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한 달간의 추세 및 정책 입법이 패키지로 완성된 상황을 감안하면 상승률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을 집값 상승세 둔화의 근거로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계약갱신요구권 등 ‘임대차 3법’ 중 2개가 이미 시행돼도 여전히 불안정한 전세 상황은 언급하지 않았다. 주택 가격을 설명할 때 통상 인용하는 전국 기준이 아닌 서울 기준 수치를 인용해, 일각에서 “청와대 입맛에 맞는 수치를 인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감정원 통계는 통계 보정을 거친 수치라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해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대통령 혼자 안정된다고 (말한다고) 해서 부동산이 안정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크게 상처받은 국민 가슴에 염장을 지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문 대통령 마이너스 성장 전망에도 “OECD 중 우리가 1위”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집중호우 긴급점검 국무회의에서 “확장재정에 의한 신속한 경기대책과 한국판 뉴딜의 강력한 추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올해 경제성장률 1위로 예상될 만큼 가장 선방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바깥에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는지 알려주고자 한다”고 운을 뗀 뒤 “방금 OECD 사무국이 발표한 ‘2020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 비교에서 우리나라가 OECD 국가 가운데 1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어 “코로나19 이후 OECD가 올해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며 “OECD는 우리 정부가 적절하고 신속한 정책 대응을 통해 국내 경제 충격을 완충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하고 양호한 재정 건전성을 바탕으로 재정 지출을 확대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적절한 조치였다고 진단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나 일단 유임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도 사의를 밝힌 지 5일 만인 이날 페이스북 활동을 재개해 OECD의 한국 성장률 전망에 대해 “압도적인 성적표”라고 주장했다.

OECD가 이날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상향 조정했고 OECD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6월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1.2%)보다 0.4%포인트 상향 조정한 수치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다만 OECD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이같이 예측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은 ―2.0%로 후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대규모 재정 지원으로 적자가 불가피하겠지만 재정을 통한 경기 회복 뒷받침이 지속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래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OECD 통계만으로 국민들이 안심하고 자랑스러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체감하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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