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원-하나銀도 옵티머스 사태 책임” vs “펀드검증 의무 없다”

김형민 기자

입력 2020-08-11 03:00 수정 2020-08-11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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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 손실 책임 놓고 ‘폭탄돌리기’
NH증권 “예탁원 검증 소홀… 허위정보 펀드 명세서에 담겨”
예탁원 “펀드 기준가격만 계산대행, 펀드검증 의무는 신탁사에 있어”
금감원 분쟁조정위서 1차 결론… 해당 기관들 소송 등 장기전 채비


5000억 원 규모의 투자자 손실을 일으킨 사모펀드 옵티머스 사태를 둘러싸고 예탁결제원과 NH투자증권, 하나은행 등 금융기관끼리 책임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예탁원의 펀드명세서를 믿고 판매했다”며 공개적으로 책임을 거론하자, 예탁원은 관련 법상 펀드 검증 의무가 없는데도 NH투자증권이 무리한 주장을 한다고 맞서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이달 6일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와의 면담에서 “예탁원은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며 “하나은행 등 관계 기관 모두 연대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사장이 펀드 사무관리회사인 예탁원과 신탁사인 하나은행의 책임을 공개 거론한 것이다.

쟁점은 예탁원이 옵티머스와 한 계약의 성격과 역할이다. NH투자증권은 예탁원이 2016년 4월 11일 옵티머스와 일반사무관리업 위탁계약을 했다고 주장한다. 일반사무관리 회사는 관련 법상 매월 신탁사(하나은행)와 증권 보유내역을 비교해 이상 유무를 점검해야 하는데 예탁원이 이를 소홀히 하고 옵티머스가 거짓으로 제출한 펀드 정보를 검증 없이 펀드명세서에 써넣었다는 것이다.

예탁원은 NH투자증권 주장과 달리 옵티머스와의 계약은 일반사무관리 회사가 아닌 ‘계산사무대행사’를 맡는 성격의 계약이었다고 반박한다. 계산사무대행사는 금융투자협회 규정상 펀드 검증 의무가 없고 펀드 기준가격을 대신 계산하는 업무만 한다는 것이다. 예탁원 측은 “옵티머스 측은 펀드 자산이 사모사채 형태지만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이를 믿었다”며 “오히려 펀드 검증 의무는 신탁사(하나은행)에 있다”고 신탁사 책임을 주장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모든 논의는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가능한 것으로 연대책임 등은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기관 간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이번 사태는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에서 1차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분조위가 NH투자증권은 물론이고 예탁원과 하나은행 등도 책임이 있다고 결정할 경우 분조위가 처음으로 복수 금융기관의 연대 책임을 인정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해당 기관들이 금감원 분조위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송 등 장기전으로 접어들 수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예탁원이나 NH투자증권 모두 벌써 소송전에 대비해 관련 준비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NH투자증권이 일단 피해자들에게 선보상, 선지급, 무이자 대출 등 유동성 지원 등을 제공하는 식으로 사태 수습에 나선 뒤 예탁원과 하나은행에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은 현재 옵티머스 피해 실사를 하고 있다. 9, 10월경 실사 결과가 나오면 손실 규모를 확정하고 분쟁 조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에서는 판매사에 명백한 잘못이 드러났지만 옵티머스 사태는 운용사가 사기를 친 경우여서 다른 기관의 책임을 가리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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