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국유화?… 손병두 “모든 가능성 감안”

김형민 기자

입력 2020-07-29 03:00 수정 2020-07-29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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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원론적 발언” 선 그었지만
‘정부, 매각 무산까지 염두’ 관측 내놔… 孫 발언 후 주가 20% 넘게 급등
채권단, HDC현산의 재심사 요청에, “그대론 안돼… 기간-범위 단축 필요”


금융당국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에 따른 ‘국유화’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매각 쟁점으로 떠오른 HDC현대산업개발의 재실사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며 벼르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수합병(M&A) 무산으로 아시아나가 국유화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감안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공식석상에서 아시아나 매각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해온 만큼 이날 부위원장의 발언은 정부 또한 아시아나의 매각 무산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융위는 “원론적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아시아나 주가는 이날 20% 이상 급등했다.

HDC현산은 지난해 12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를 2조5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HDC현산은 인수 계약 당시 계약금 2500억 원을 금호산업에 납부했다. 하지만 급물살을 타던 협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산업이 직격탄을 맞자 기류가 바뀌었다. HDC현산은 6월 재무구조 악화를 이유로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요청을 채권단에 보냈다. 이달 26일에는 “아시아나를 재실사해야 한다”고 금호산업에 공식 통보했다.

HDC현산은 과거 아시아나와 에어버스 간 로비 의혹까지 공문에 거론하며 이 부분에 대한 해명도 요구했다. 10여 년 전 에어버스가 항공기를 아시아나에 납품하며 일부 로비자금을 사주 일가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금호산업과 채권단 일각에선 HDC현산의 이런 움직임을 매각 무산을 실행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HDC현산이 요구한 재실사가 거래 종결을 위한 목적보다는 향후 거래 무산에 따른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HDC현산이 실사에서 들여다보기로 한 사안에 회사 인수에 직접적 연관이 없는 부분까지 포함돼 있다고 보고 있다.

채권단은 이번 주 HDC현산 재실사 요청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HDC현산이 내건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사 기간을 단축하고 실사 범위도 줄이는 식으로 맞받아칠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 관계자는 “12주의 실사 기간도 거래 종결(12월 27일) 막바지까지 실사만 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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