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3000억 회사채 조달 실패… 아시아나 인수 또 빨간불

김형민 기자 , 정순구 기자

입력 2020-07-09 03:00 수정 2020-07-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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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 신청 그쳐 인수자금 ‘구멍’
본격적 인수작업 기대했던 채권단 “흥행실패, 예상하지 못했다” 난감
HDC현산, 산은-수은 지원 요청할듯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으로 쓰려던 HDC현대산업개발의 회사채 발행이 흥행 실패로 끝나면서 매각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아시아나 인수 자금에 구멍이 난 셈이어서 향후 HDC현산이 인수에 필요한 돈을 KDB산업은행 등에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채권단 등 금융권에 따르면 6일 HDC현산이 6일 총 3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한 결과 110억 원의 신청을 받는 데 그쳤다. 1500억 원을 목표로 했던 2년물에는 10억 원이, 500억 원 모집을 계획했던 5년물에는 100억 원이 모였다. 1000억 원 규모의 3년물에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시아나 인수를 계획하던 HDC현산의 향후 재무사정이 악화될 것이란 시장 전망이 팽배해지면서 회사채 발행도 인기를 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위원회와 채권단도 난감해졌다. 아시아나 매각에 사활을 건 금융위와 채권단은 이번 HDC현산의 회사채 발행을 아시아나 매각 작업의 ‘부활 신호탄’으로 봤다. 하지만 회사채 발행이 흥행 참패로 끝나면서 인수 작업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지게 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과 함께 본격적인 인수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라며 난감해했다.

채권단은 시장에서 인수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HDC현산이 결국 산은과 수출입은행에 인수 자금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 속내는 복잡하다. 그동안 아시아나 인수 과정에서 보여준 HDC현산의 미온적 태도로 양측 신뢰에 균열이 갔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달 26일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만난 이후 인수 협상이 급진전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HDC현산 측은 아직 인수 조건과 관련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산은과 수은이 아시아나에 이미 3조3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한 것도 부담이다. 문제는 HDC현산 외에 아시아나를 인수할 기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채권단이 HDC현산에서 인수 자금 요청이 들어오면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직 인수 자금과 관련해 어떤 요청도 들어온 것은 없다”면서도 “구체적 협상에 돌입하면 채권단의 인수 자금 지원 여부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HDC현산 관계자는 “13일까지 추가 청약을 진행하고 부족분은 매각 주간사회사에서 소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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