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5년 분쟁… ITC, 메디톡스 손 들어줘

홍석호 기자

입력 2020-07-08 03:00 수정 2020-07-0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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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영업비밀 침해 소송 예비판결

5년 가까이 진행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보톡스 분쟁’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우선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대웅제약은 “명백한 오판”이라고 반발하며 이의 절차에 착수했다.

○ 美 ITC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영업비밀 침해”


6일(현지 시간) 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예비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1월 메디톡스가 ITC에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보톡스) 제제 ‘나보타’(미국명 주보)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균주와 제조 기술을 도용했다며 제소했는데, ITC가 이에 대해 예비판결을 내린 것이다. 주름살 제거 시술 등에 쓰이는 보툴리눔톡신은 미국 제약사 엘러간의 제품 이름을 따 보톡스로 불린다.

예비판결을 내린 ITC 행정판사는 나보타에 대해 10년간 ‘미국시장 수입 금지 명령’을 내릴 것을 ITC 위원회에 권고했다. ITC 위원회는 예비판결 결과를 검토해 11월 최종 판결을 내리고, 미국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면 최종 확정된다.

ITC의 예비판결대로 확정되면 대웅제약 나보타는 2조 원 규모에 달하는 미국 시장에서 철수할 위기에 놓였다. 7조 원으로 추산되는 글로벌 보톡스 시장에서 미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2분기(4∼6월)부터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나보타는 첫 분기 매출 28억 원을 올린 뒤 매 분기 매출 150억 원가량을 유지해 왔다.

대웅제약은 “명백한 오판”이라며 반발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한 정책적 판단으로 보인다. ITC의 예비판결은 그 자체로 효력을 가지지 않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산 보톡스에 불리하게 판단했다는 취지다. 대웅제약은 ITC로부터 공식 결정문이 오는 대로 검토해 이의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반면 메디톡스는 ITC 판결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진행 중인 민형사 소송에도 힘을 싣겠다는 입장이다. ITC가 예비판결 결과를 번복한 사례는 드물다.

○ 치열한 5년 보톡스 분쟁
메디톡스는 2006년 3월 국산 첫 보톡스 제제 ‘메디톡신’을 출시한 뒤 휴젤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대웅제약은 2014년 4월 보톡스 제제 나보타를 선보인 후발 주자다. 국내 매출 순위는 3위지만 지난해 2월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으며 국산 보톡스 제조사 가운데선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분쟁의 시작은 2016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보툴리눔톡신 균주와 제조 기술을 도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수사 의뢰했지만 결과는 무혐의였다. 대웅제약이 2017년 5월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하자 한 달 후 메디톡스는 미국 법원에 대웅제약을 기술 도용 혐의로 제소하고, 국내에서도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8년 4월 미국 법원은 메디톡스 측의 제소를 기각했다. 이에 메디톡스는 지난해 1월 미국 엘러간(현재 애브비로 인수)과 손잡고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ITC에 제소했다.

제약업계에서는 5년여 보톡스 분쟁이 양측에 모두 상처를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ITC의 판결이 확정되면 대웅제약의 미국 시장 진출은 사실상 좌절된다.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과 별도로 무허가 원액을 사용했다는 혐의로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제재를 받았다. 국내 시장 판매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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