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음식배달 업계 ‘몸집 불리기’ 경쟁

이건혁 기자

입력 2020-07-06 03:00 수정 2020-07-06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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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대형업체 위주로 시장재편 가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한 음식 배달 시장을 놓고 글로벌 업체들의 규모 키우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을 높여 비용을 줄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음식 배달에 새로운 경쟁자들이 진입하는 걸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5일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2위 온라인 음식 배달서비스 업체 우버이츠를 보유한 우버 테크놀로지는 지난달 말 업계 4위 포스트메이츠에 인수합병(M&A)을 제안했다. 우버가 제시한 금액은 약 26억 달러(약 3조1200억 원). 우버는 앞서 업계 3위 그럽허브에 대한 M&A를 추진했으나 미국 규제당국이 독과점을 이유로 승인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 사이 유럽 배달 서비스 업체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가 그럽허브를 약 73억 달러(약 8조7000억 원)에 낚아채자 우버는 차선책으로 포스트메이츠를 노리고 나선 것이다.

음식 배달서비스 업체들의 M&A를 통한 시장 재편 열기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됐다가 최근 더욱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앞서 올해 1월 유럽에서는 업계 1, 2위를 다투던 네덜란드 테이크어웨이와 영국 저스트잇이 합병을 결정하며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가 출범했다. 같은 시기 인도의 배달서비스 업체 조마토가 우버이츠의 인도 사업부문을 인수하며 시장 지배력을 높였다. 배달서비스 시장 형성이 상대적으로 늦은 일본에서도 업계 1위 데마에칸이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을 유상증자에 끌어들이는 등 시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12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 민족을 보유한 우아한형제들의 지분을 인수하고 규제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승인을 내주면 한국 배달 앱 시장은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을 모두 보유하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

음식 배달 시장은 모바일 플랫폼 확산에 따라 성장이 기대되던 산업 분야였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시장 규모가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14% 성장하며 2000억 달러(약 239조9000억 원)까지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글로벌 음식 배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자금력을 갖춘 대형 업체가 시장을 차지하는 과점 형태로 더욱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세계 최대 배달서비스 업체이자 자국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는 중국 메이퇀뎬핑(美團點評)이 지난해 2분기(4∼6월)에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글로벌 업체들에 몸집 불리기는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됐다. 정용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세계 각국의 배달 앱 시장이 1, 2개 중심으로 개편되는 게 트렌드”라며 “과점 체제 완성에 따른 경쟁 완화로 수익성이 본격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음식 배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새로운 기업들의 진입 가능성에 기존 업체들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페이스북은 최근 음식과 식품 배달서비스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우버는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차량공유 서비스 대신에 음식 배달을 통한 수익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는 배달서비스 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미국 아마존의 진출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에 기존 배달 앱 업체들의 적극적인 M&A에는 후발 주자들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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