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급감에 경상수지 31억달러 적자… 9년만에 최대

이건혁 기자

입력 2020-06-05 03:00:00 수정 2020-06-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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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수출, 코로나 쇼크로 25%↓… 美中분쟁-기업 경쟁력 약화 겹쳐
만성 무역적자 수렁 빠질 우려… 경상-재정 ‘쌍둥이 적자’ 고착땐
국가신용도 추락 등 연쇄 충격… 정부는 “5월이후엔 흑자” 전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수출 감소 여파로 4월 경상수지가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 폭도 9년 만의 최대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흔들리면 대외 건전성과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국제수지 잠정치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31억2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84개월 만에 중단됐던 지난해 4월(―3억9000만 달러) 이후 1년 만에 다시 적자가 났다. 적자 규모로는 2011년 1월(―31억6000만 달러)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대다.

수출과 수입의 차이인 상품수지 흑자가 2012년 4월(―3억3000만 달러) 이후 8년 만에 가장 적은 8억2000만 달러에 그친 영향이 컸다. 반도체는 물론이고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등 주력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8% 줄었다. 수입은 16.9% 감소했다.


정부는 경상수지 적자가 일시적 현상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적자를 기록한 건 4월의 특수한 사정 때문”이라며 “5월 이후에는 다시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관이 언급한 ‘특수한 사정’은 매년 4월에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배당금 지급이 집중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 4월 배당, 임금, 이자와 관계있는 본원소득수지는 22억9000만 달러 적자였고, 특히 이 중 배당소득수지 적자는 30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경상수지가 평소에는 4월에도 계속 흑자를 내온 것을 감안하면 작년과 올해 4월의 적자 반전은 외국인 배당 같은 ‘특수 요인’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전쟁 같은 대외적 요인에 국내 대표 업종의 경쟁력 하락 등이 겹치면서 한국 수출에 전반적인 위기가 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경상수지 흑자 폭의 지속적인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불과 5년 전인 2015년만 해도 경상수지 흑자는 연간 1000억 달러를 돌파했지만 지난해 60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고 올해는 이보다 더 작은 570억 달러가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로 인해 저축 대신에 소비 활동을 하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조만간 경상수지 적자가 만성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령자 비율이 늘어나면서 다른 여건이 동일하게 유지될 경우 2030년 이후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며 “순대외자산 축적으로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한국 경제가 마치 당연한 것으로 누려온 경상수지 흑자 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4월 적자를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대규모 재정 지출로 재정 적자마저 불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쌍둥이(경상+재정) 적자’가 고착화하면 한국의 국가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상수지 흑자 공식이 깨지면서 정부가 외환 건전성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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