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상품 “싸니까 쓴다?”…‘프리미엄 PB’ 봇물 “세상 달라졌네”

뉴스1

입력 2020-05-29 10:18 수정 2020-05-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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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 리얼프라이스 © 뉴스1

유통업계의 PB(Private Brand, 자체 브랜드) 상품이 고급화하고 있다. 가성비 일변도에서 벗어나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온라인과의 경쟁으로 떨어진 수익성을 보완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 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PB는 유통기업이 상품 기획?개발부터 유통?판매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담당하는 상품이다.

지금까지 PB 확장은 대형 할인마트 업계가 이끌었다. 약 10년 전 대형마트 붐과 함께 식품과 생필품, 가전제품 등을 위주로 자체 브랜드를 단 제품들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PB에 도전하는 업체는 물론 대상 품목과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PB상품도 소품종 대량생산을 넘어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진 ‘가성비’…미래는 “프리미엄 PB 시대”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백화점, 패션?뷰티업계까지 자체 브랜드와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들이 기존 PB의 상징인 ‘가성비’뿐만 아니라 ‘프리미엄’을 강조하고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화장품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현대백화점 계열의 패션전문기업 한섬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신세계는 지난 22일 자체 스킨케어 브랜드 ‘오노마’를 출시하고 화장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최초 뷰티 편집숍 시코르 운영으로 쌓은 노하우를 집약했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소비자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게 신세계의 설명이다.

창사 이후 33년 동안 의류업 외길만 걸어온 한섬은 내년에 첫 제품 출시를 목표로 화장품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한섬은 화장품 사업의 핵심으로 ‘프리미엄·기능성’을 꼽고 있다. 이를 위해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이하 클린젠)’의 지분 51%를 인수해 기술력 확보에 나섰다.

갤러리아 백화점의 PB를 통한 식품?외식업, 라이프스타일 등 사업 진출도 눈길을 끈 바 있다. ‘고메이494’는 서울 한남에선 이미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를 표방한 고메이494는 서울 압구정 본점에 위치한 식품관에 이어 한남점의 신개념 ‘외부 VIP 라운지’, ‘가정간편식’(HMR) 상품까지 잇따라 내놓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사회, 신속 대응해야”…PB 통해 자체역량 강화

기존 유통업계가 전통적인 유통 중개업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 확대에 나선 것은 ‘일석이조’, ‘일석삼조’까지 꾀할 수 있는 다양한 장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타 업체 상품 유치 및 홍보?마케팅에 드는 비용과 인력을 절감할 수 있고 유통 과정도 단순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신에게 돌아오는 수익, 즉 ‘마진’을 더 높일 수 있다. 소비자들 또한 특정 제품을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양을 구입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는 이러한 ‘PB 전성시대’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양상도 가성비를 중시하는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애초 PB는 비용 절감과 이익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지금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늘 소비자를 상대하는 유통업체들은 그 누구보다 소비자 기호 변화를 발빠르게 눈치챌 수 있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상품을 신속하게 기획·개발·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기업 또한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할인 마트와 달리 백화점과 유명 의류 브랜드 등에서 유독 ‘프리미엄’을 내세우는 것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거나 향상시키기 위해선 자체 브랜드의 품질과 평판도 이에 부합해야 한다.

조용석 ㈜프리오 수석 고문은 ‘바이라인네트워크’ 기고문에서 “코로나19 이후 단순한 ‘중개 유통’이 아닌 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업체들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종전 PB는 대형 유통기업이 기존 브랜드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가성비 상품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날과 앞으로의 PB는 특정 소비층에 맞는 상품을 소량으로 재창조하는 시장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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