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가 뭐길래… “백-캠핑의자 받으려 커피 마셔요”

조윤경 기자 , 신희철 기자

입력 2020-05-26 03:00 수정 2020-05-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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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스타벅스 300잔 주문’ 이면엔…

25일 한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스타벅스 서머레디백’을 검색하자 100개가 넘는 판매 글이 올라왔다. 서머레디백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준비한 여름 사은품으로 미션 음료 3종을 포함해 커피 17잔을 마시면 무료로 교환할 수 있다. 음료 17잔을 사는 데 드는 돈은 최소 6만 원대다. 해당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서머레디백은 7만9000∼9만5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게시된 판매 글들도 1, 2시간 안에 거래 완료되며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행사 시작 첫날인 21일엔 한 고객이 서머레디백을 받기 위해 한꺼번에 음료 300잔을 주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매년 여름 진행하는 사은품 이벤트에 대한 관심이 올해 유난히 뜨겁다. 사은품 조기 소진을 여러 차례 경험한 소비자들이 가성비 높은 기획 제품에 경쟁적으로 몰려서다. 스타벅스 측은 손해를 보는 고객이 없도록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이달 21일부터 7월 22일까지 17잔의 음료를 구매한 고객에게 간이의자 ‘서머체어’ 3종 또는 보조가방 ‘서머레디백’ 2종을 증정하는 ‘e프리퀀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e프리퀀시 행사의 본래 취지는 스타벅스를 자주 찾는 고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증정품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2003년 겨울 처음 시작된 이후 2017년까지는 무료 음료 쿠폰 등 간단한 증정품이 제공되다가, 2년 전부터 음료 쿠폰 대신 직접 기획한 제작 상품을 증정해 왔다. 2018년엔 ‘마이홀리데이 매트’, 2019년엔 ‘서머스테이킷 비치타월’이 사은품으로 출시됐다.

스타벅스의 증정품 행사가 큰 성공을 거두자 다른 커피업체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매년 이어가고 있다. 할리스커피는 이달 26일부터 1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보냉가방인 ‘빅쿨러백’(정상가 2만1000원)을 69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2차 여름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투썸플레이스는 캐주얼패션브랜드 커버낫과 협업해 ‘텀블러키트’, ‘썸머매트’ 등을 출시하고 여름 시즌 빙수를 구매한 고객은 정상가(2만 원) 대비 6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여름 커피업계의 사은품 대란은 시즌 한정 아이템이란 희소성이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겨울 시즌에 출시되는 캘린더나 다이어리 상품과 달리 여름 상품은 이벤트 기간이 지나면 재출시되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e프리퀀시를 다 모았어도 사은품이 품절되는 바람에 원하는 상품을 받지 못한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 스타벅스는 사은품이 조기 소진되면 사은품 대신 음료 쿠폰 2장을 주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품절되기 전에 사은품을 수령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여기에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과 소비 트렌드 변화를 재빠르게 반영한 상품 기획도 폭발적인 인기를 가져오는 데 일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 활동이 제한되자 ‘홈캠핑’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관련 아이템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여름에 스타벅스와 할리스 등에서 선보인 사은품들이 그러한 수요를 잘 읽었다는 것이다. 할리스 커피 관계자는 “이번 여름 프로모션 굿즈는 캠핑족뿐 아니라 ‘베란다 캠핑’ 감성을 즐기려는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커피업계 증정품 행사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해가 갈수록 과열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일인당 사은품 수령 수량 제한, 해당 MD상품 판매로 전환, 사이렌오더에서 커피 대량 구매 제한 등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yunique@donga.com·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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