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늦게 고용, 가장 빨리 해고’ 고령노동자…벼랑끝 몰렸다

뉴스1

입력 2020-04-09 14:19 수정 2020-04-0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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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여파로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가 한산한 가운데 공항 관계자가 항공편을 알리는 전광판을 점검하고 있다. 이날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은 없다. © News1

롯데마트가 올해 계약 기간이 종료된 만 55세 이상 계약직 실버사원을 모두 내보내기로 결정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고령 노동자 등 취약계층 밀어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9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고령 근로자의 경우 ‘Last hire, First fire’(가장 늦게 고용하고 가장 먼저 해고한다)라는 말이 있다”며 “경영상의 이유는 있겠지만 큰 메이저 기업이 먼저 고령 근로자를 해고하기 시작하면 연쇄반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롯데마트는 지난 3월31일 계약 기간이 종료된 만 55세 이상 계약직 실버사원 36명에 대해 퇴사 조치했다. 나머지 2명도 계약 기간이 끝나는 대로 재계약 없이 퇴사할 예정이다. 이들은 1년 단위 계약직으로 매년 계약을 연장해 왔다.

문제는 고령 노동자의 경우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밀려나게 되면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허 원장은 “고령 근로자의 경우 젊은 세대보다 다른 직종을 구하기가 어렵다”며 “이렇게 해직을 당한 뒤에는 도움을 줄 창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 원장은 “특히 외국의 경우 나이가 들어도 본인의 능력과 기술을 고려해 연장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의 경우 고령 근로자의 차별이 많아서 허드렛일 등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적인 차원에서 이런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령 노동자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정규직 등 다른 취약계층도 일자리에서 밀려나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제보받은 3410건 중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직장 내 지휘 우위에 있는 자가 무급휴직, 희망퇴직 등을 강요하는 ‘갑질’이 37.3%인 1219건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는 무급휴가 강요가 483건, 해고·권고사직이 214건, 연차강요 170건 등으로 파악됐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비정규직도 많았지만 업종에 따라 해고나 권고사직 등의 갑질 비율이 높았다”며 “최근 몇년 데이터를 비교해 봐도 상황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별로 보면 신원이 확인된 제보 139건 중 학원·교육이 29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무직 23건, 판매와 항공·여행이 15건, 병원·복지시설 14건 등으로 뒤를 이었다.

당장은 코로나19 특성상 항공업계나 관광업계, 서비스 업종 등 직접적인 산업이 큰 영향을 받았지만, 이러한 악영향이 산업 전반으로 퍼질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 변호사는 “관광업계나 교통업계 등이 먼저 타격을 받았지만 결국에는 경기침체로 가는 분위기인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인해 결국 일자리도 줄어들게 되고 그럴 때 가장 먼저 밀려나는 사람들은 취약계층”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 원장은 “노인들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지금은 고용안정센터에서 고령 근로자들에 대해 정보 제공이 미흡하다. 능력과 욕구에 맞춰 정보를 제공하고, 실업 당한 고령 근로자를 다시 노동시장으로 보내는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변호사도 “당장은 실업급여를 확대하고 기업들이 고용유지를 할 수 있도록 고용지원금을 지원해야 한다”며 “(단체에서는)일시적으로는 해고를 제한하는 대안도 내놓긴 했는데, 장기적으로는 이번 기회에 사회복지체계를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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