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식을 줄 모르는 ‘청약 광풍’…왜?

뉴시스

입력 2020-04-09 10:53 수정 2020-04-0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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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되면 로또"…규제지역서도 청약경쟁률 수백 대 일 껑충
규제·비(非)규제 모두 청약 열기 '후끈'…시세 차익 기대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이 위축된 반면, 분양시장은 과열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부는 청약 열기는 뜨겁다. 최근 수도권 및 지방 곳곳에서 선보인 단지들이 앞 다퉈 1순위에서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견본주택은 문도 못 열었지만, 청약 열기가 한층 고조되면서 분양 단지마다 수백 대 일에 달하는 경쟁률은 예삿일이 됐다. 건설사들도 미뤄뒀던 분양을 2분기에 쏟아낼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서울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이른바 ‘로또 청약’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청약 열기는 규제·비(非)규제지역, 서울과 수도권, 지방을 가리지 않고 불고 있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청약시스템 이관 후 지난 2·3월 진행된 전국 31곳 아파트 청약에서 19곳이 1순위에 마감됐다. 코로나19 사태에도 2·3월 1순위 청약자수가 총 49만432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8만7586명) 대비 163%가 증가한 것이다.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도 43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14대 1)보다 3배 넘게 증가했다.

규제지역 내 새 아파트들은 투자자와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 열기가 식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달 20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르엘 신반포’(신반포 14차 재건축)는 일반분양 67가구 모집에 8358명이 청약했다. 평균 경쟁률은 124.7대1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최소 공급가가 10억원(전용면적 54㎡)으로, 모든 평형에서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 아파트 시세차이가 워낙 커서 당첨되면 최소 1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와 실수요자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또 지난달 16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분양한 강서구 ‘마곡도시개발사업지구9단지’(마곡9단지)는 최고 264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감했다. 마곡9단지 1순위 해당지역 청약 접수 결과 252가구 모집에 3만6999명이 몰리며 평균 14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84㎡N형이 12가구 모집에 3175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264.5대 1로 가장 높았다. 이어 84㎡H형(148.6대 1), 59㎡H형(132.9대 1)이 뒤를 이었다.

수도권에서도 청약 열기가 거세다. 지난달 3일 경기 과천시에 선보인 ‘과천제이드자이’는 1순위 청약 평균 193.63대 1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경기 수원의 재개발 아파트 사업인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의 미계약 잔여 물량 4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 접수에 6만7965명이 몰려 평균 16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분양 당첨자 계약 이후 계약 포기자나 청약 당첨 부적격자가 분양 받은 가구에 대한 무작위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뽑는다. 청약통장 보유나 무주택 여부 등 특별한 자격 제한 없이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미분양 무덤이라고 불린 인천 검단에서도 1순위 마감이 잇따랐다. 우미건설이 지난 7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인천 ‘검단신도시 우미린 에코뷰’는 270가구 모집에 7346명이 몰려 평균 2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날 대방건설의 ‘검단신도시 3차 노블랜드 리버파크’ 역시 432가구 모집에 5815명이 몰려 평균 13.5대 기록하며 1순위 마감했다.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대구에서도 청약 열기가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대구 중구 남산동 반월당역 ‘서한포레스트’는 아파트 101가구(조합분·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2082명(기타 지역 605명 포함)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 119대 1을 기록했다. 또 지난달 3일 GS건설이 대구 중구 남산4동 일대에 선보인 ‘청라힐스자이’ 1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394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5만5710명이 접수해 평균 141.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건설사들은 당초 예상을 깨고 분양시장이 흥행하면서 미뤘던 분양일정을 2분기에 집중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2분 전국에서 총 11만7028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4월 물량은 총 5만5411가구로, 5월(3만6738가구)과 6월(2만4879가구)보다 많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분양시장 전체가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과 청약 열기가 식지 않는 분위기”라며 “이 열기가 4월에도 이어질지 아직 장담할 수 없지만, 분양 지역의 여건이나 개발 호재 등을 고려해 분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새 아파트에 청약 수요가 몰리는 것은 분양가 규제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주택보증공사(HUG) 등이 투기과열지구 지정 후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기존 아파트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 이후에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규제지역에서는 단기간의 시세 차익이 가능하고, 무주택자는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청약에 뛰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신규 아파트 분양 가격이 시세보다 크게 저렴하기 때문에 당분간 청약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나 지자체가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기존 아파트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새 아파트 분양가가 책정되고 있다”며 “서울을 비롯한 규제지역에 시세차익이 워낙 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반영돼 청약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장기적으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당분간 수도권과 광역시 일대에서 청약 수요가 몰릴 것”이라며 “다만,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청약시장의 변화 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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