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증권사 6곳 신용하향 검토

김자현 기자 , 장윤정 기자 , 이건혁 기자

입력 2020-04-09 03:00 수정 2020-04-09 04:4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코로나로 유동성 압박 심화”
황금알 낳던 부동산PF 단기증권, 한달내 10조3000억 만기 돌아와
자금경색 악화… 산업전반 확산 우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국내 주요 증권사 6곳의 신용등급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성에 타격이 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떠오르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때문에 자금경색이 발생하면서 증권사발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증권사 신용등급 줄하향 예고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무디스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6개 증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하향 조정 검토’로 변경했다. 이들 증권사는 모두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4조 원을 웃도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이다. 무디스가 대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내릴 수 있다고 예고한 건 이례적이다.

무디스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글로벌 및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성, 자본 적정성, 자금 조달, 유동성을 압박할 것”이라며 “자산 가격의 급격한 조정이 한국 증권사의 수익성과 이익을 상당히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파생결합증권 관련 거래, 우발부채와 함께 해외자산과 부동산 PF의 취약성도 지적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로 (증권사가) 신용 및 유동성 보증 등에 나섰던 건설 프로젝트 등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다수 프로젝트에서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발생하면 심각한 유동성 위기 및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황금알 낳던 PF가 부메랑으로


실제로 최근 증권사들을 둘러싼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는 기류다. 지난달 세계 증시 폭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손실이 불어난 데 이어 최근에는 부동산 PF가 신용경색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증권사들은 대체 수익모델을 발굴하면서 부동산 PF 투자를 늘려왔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부동산 관련 증권 발행 금액은 13조7715억 원으로 2014년(4조4981억 원)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정도로 수익률이 좋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투자금 유입이 줄면서 자금경색이 발생하고 있다. 만기가 짧은 PF 자산유동화증권(ABS)에서 먼저 문제가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3년 만기의 부동산 PF 대출을 해주기 위해 PF 자산유동화증권을 팔아 만기 3개월 미만의 단기자금을 조달해 왔다.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PF 자산유동화증권을 다시 발행해서 막아야 하는데(차환), 이 과정이 원활치 않으면 증권사가 자체 자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다음 달 6일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PF 자산유동화증권 발행액은 약 10조3000억 원이다. 차환 발행에 실패할 경우 증권사들의 자금경색은 더욱 심화되고, 금융시장 전반의 신용경색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증권사들이 PF 관련 증권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증권사에 문제가 생기면 산업 전반의 연쇄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증권사발 자금경색에 경고등이 켜졌지만 증권사 상품들은 정부의 채권시장안정펀드 매입 대상 등에서 제외돼 있다. 금융당국은 제조업 등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이 증권사에 직접 대출을 해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김자현 zion37@donga.com·장윤정·이건혁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