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상가 투자… 반값이하 낙찰 속출

유원모 기자

입력 2020-04-08 03:00:00 수정 2020-04-08 04:24:1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커버스토리]코로나 직격탄… 상권 위축 심화



경기 부천시의 쇼핑몰인 뉴코아중동백화점. 이 상가 1층의 전용면적 3.92m²짜리 소형 점포가 감정가 1500만 원에 경매로 나왔다. 관리비 미납이나 복잡한 채무 관계가 없는 점포였지만 올해 1월과 2월 열린 두 차례의 경매법정에서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달 17일 세 번째로 진행된 경매에서 겨우 낙찰자를 찾을 수 있었다. 낙찰가는 감정가의 절반에 못 미치는 740만 원이었다.

이곳만의 특수한 사정이 아니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골든플라자 상가 1층의 전용면적 65.52m² 점포도 지난달 27일 감정가 3억6100만 원의 47%인 1억6990만 원에 낙찰됐다. 수원산업단지 한가운데 있어 병원과 식당가 등 상권이 형성된 곳인데도 네 차례 유찰된 끝에 겨우 낙찰이 이뤄졌다.

최근 경매 시장에서 상가 건물이 감정가의 절반도 안 되는 헐값에 낙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수년간 지속돼온 경기 불황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상권 위축이 심화되면서다. 상가 부동산의 수요와 투자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7일 법원경매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업무·상업시설 경매 낙찰가율은 60.93%로 집계됐다. 올해 1월 65.00%, 2월 61.19%를 기록한 데 이어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실제 낙찰가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낙찰가율이 높을수록 경매 물건에 대한 투자 또는 소유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7일 서울 종로구 한 상가 건물의 빈 점포에 세입자를 구하는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낙찰가율과 달리 상가 경매에 참여한 응찰자는 평균 3.5명으로 최근 1년간 가장 높았다. 다만 지난달 상가 경매 진행 건수가 628건으로, 올해 2월(2137건)에 비해 70% 이상 줄어든 탓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지지옥션 측은 분석했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법원행정처가 3월 20일까지 전국 법원에 휴정 권고를 내리면서 월별 경매 진행 건수가 최근 수년간 가장 적었다”며 “실거주 수요가 있는 아파트 등 주택과 달리 상가는 경기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낙찰가율이 낮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상가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93.2%, 수도권은 68.3%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울산은 43.9%, 전남은 44.3%에 불과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뚜렷했다. 대구, 대전, 광주 등지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상가 경매가 1건도 진행되지 않았다.

상가 부동산의 인기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의 경우 지난해 1분기(1∼3월) 11.3%에서 4분기(10∼12월)에는 11.7%로 높아졌고, 소규모 상가도 같은 기간 5.3%에서 6.2%로 상승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매는 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부동산 시장의 선행 지표로 볼 수 있는데 낙찰가율의 하락은 상가 부동산의 전망이 좋지 않다는 의미”라며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되는 올해 2분기부터 상가 경매 물건은 증가하고, 반대로 낙찰가율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온라인 상권이 주목받는 소비 트렌드 변화도 상가 부동산의 인기 하락을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상가정보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총 12조390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10조7230억 원)보다 15%가량 늘었다. 상품군별 거래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분야는 음식서비스로, 전년 1월보다 4325억 원이나 늘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특색이나 개성이 없는 오프라인 상권이나 점포는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가 투자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