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워 기다렸어요”… ‘홀짝제 대출’ 첫날, 소상공인 줄서기 여전

김호경 기자 , 정순구 기자 , 김동혁 기자

입력 2020-04-02 03:00 수정 2020-04-0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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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1000만원 긴급대출’ 신청 북새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000만 원 긴급대출이 본격 시행된 1일 오전 서울 강북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북부센터에 대출을 신청하려는 소상공인들이 몰렸다. 일주일간 시범 운영을 거쳤는데도 대출 인력 및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장을 찾은 많은 소상공인이 발걸음을 돌렸다. 뉴스1
정부가 소상공인의 ‘줄서기’를 없애기 위해 1일부터 출생연도에 따른 홀짝제를 시행하고 대출 창구도 시중은행으로 확대했지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센터 앞 줄서기는 여전했다. 행정처리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정부가 기대했던 대출수요 분산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날 오전 9시경 서울 중구 소진공 서울중부센터를 찾은 소상공인 이모 씨(59)는 ‘내일 모레 다시 방문해야 한다’는 센터 직원의 설명을 듣고 “그럼 밤을 꼬박 새워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이날 서울중부센터가 접수할 수 있는 ‘1000만 원 긴급대출’ 현장예약 인원은 총 30명. 이른 새벽부터 줄을 선 소상공인이 몰리며 현장예약은 오전 8시 전에 마감됐다.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인 소상공인이 1000만 원 긴급대출을 신청하려면 출생연도에 따라 먼저 소진공 홈페이지나 사업지 관할 소진공 센터에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이날부터 예약자에 한해 대출신청이 가능해지면서다. 홀수년생은 홀수일에, 짝수년생은 짝수일에만 예약이 가능하다.

문제는 예약 인원이 턱없이 적다는 점이다. 소진공 센터당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대출이 50∼60건 수준인 점을 고려해 온라인 예약 인원은 20∼30명, 현장 예약 인원은 30∼4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온라인 예약은 오전 9시 시작과 동시에 마감되기 일쑤다.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신모 씨(61)는 “온라인 예약에 실패해 센터로 뛰어왔는데 현장예약도 다 찼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용이 서툰 중장년층들은 사실상 현장예약밖에 방법이 없다. ‘자금이 고갈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하루라도 먼저 대출을 신청하려는 소상공인까지 몰리면서 현장예약을 위한 줄서기가 나타나고 있다. 홀짝제 시행 전 현장예약에 성공하고 이날 대출신청을 하러 센터를 방문한 치킨집 사장 A 씨는 “오후 11시에 도착해 센터 앞에서 밤을 꼬박 새운 뒤 다음 날 아침에 예약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달라진 대출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헛걸음을 하는 소상공인도 있었다. 대출 절차가 워낙 복잡한 데다 자주 바뀌다 보니 센터 직원들 사이에서 “우리도 헷갈린다”는 말이 나왔다. 소진공 관계자는 “대출 업무가 가능한 직원을 계속 확충하고 있다”며 “바뀐 제도 시행 초기라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하지만 다음 주부터 서서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날부터 소상공인 대상 초저금리(연 1.5%) 대출 접수를 시작한 은행들은 비교적 한산했다. 정부는 소진공 센터가 도맡던 대출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신용등급 1∼3등급은 시중은행에서, 1∼6등급은 IBK기업은행에서 연 1.5%로 최대 3000만 원까지 대출받도록 했다. 시중은행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 소상공인들은 긴급대출에 매달릴 수밖에 없지만 고신용 소상공인들은 자금 사정이 낫다 보니 당장 초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영업 시작 시간에 맞춰 서울 마포구 은행 7곳을 다녀봤지만 초저금리 대출을 받으러 온 고객은 볼 수 없었다. 다른 은행 업무를 보러 온 고객들뿐이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 2월부터 접수한 신용보증재단과 연계한 대출 처리가 이뤄지고 있다”며 “신용등급이나 필요 서류를 묻는 전화는 많이 왔지만 실제로 은행을 찾는 고객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정순구·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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