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못받는 고소득층 “세금만 많이 내고 역차별” 불만
뉴스1
입력 2020-03-30 14:06 수정 2020-03-30 19:38
© News1
“세금은 훨씬 더 많이 내면서도 국가에서 돈을 나눠줄 때는 쏙 빠지니까 아무래도 박탈감 같은 게 있죠.”
국내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외벌이 20년차 박모 부장(48·남)의 한숨이 수화기를 통해 전해졌다.
정부는 30일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 하위 70% 기준 1400만 가구에 100만원(4인가구 기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구체적 소득 기준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매년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정하는 ‘기준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월 소득 상한선은 Δ1인가구 263만6000원 Δ2인가구 448만8000원 Δ3인가구 580만6000원 Δ4인가구 712만4000원 등이다.
부인과 아들·딸이 있는 박 부장의 연봉은 1억원 남짓한 수준으로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박 부장에게 돈이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정부가 출범 첫 해부터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기조를 이어온 상황에 비춰볼 때 ‘언제나 돈은 고소득층만 내고 혜택은 저소득층에 돌아가느냐’는 불만이 내심 커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박 부장은 “현금거래로 소득을 숨겨서 세금을 피하는 자영업자들은 이번에도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겠지만 월급쟁이들만 또 지원 대상에서 비껴가지 않을까 싶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박 부장만의 생각은 아니다. 정부가 앞서 국민의 70~75% 수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 전국민의 75%에 지급되는 혜택을 나머지 25%에 돌아가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며 “재난기본소득 전국민에게 주든지, 주지 말든지 해달라”는 글이 오르기도 했다.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사례도 눈에 띈다.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50대 가장이라고 소개한 한 청원자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상황에서 대구가 특별재난지역이 되고 정부와 지자체가 대응하는 자세도 평상시와는 다른 것 같아서 기대감이 조금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기대는 점점 실망과 허탈감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최근 대구시의 긴급생계지원금과 전기요금·건강보험료 감면,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줄줄이 배제됐다는 설명이다.
이 청원자는 “평소 소득이 비교적 적은 분들을 도와주는 것에 반대하진 않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평상시와는 다른 때라고 생각한다. 일부의 정말 돈 많은 분들을 제외하곤 모두가 힘든 때라고 느낀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지원방식은 또 다른 사회적 갈등과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사회적 갈등 비용을 고려할 때 전국민에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OECD 국가 가운데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에 따라 한해 82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승호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세를 할 때 이번 재난기본소득 대상에서 빠진 상위 30%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세금 걷기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본다”며 “경제 논리로만 보면 하위 70%를 선별해 지원하는 정책이 긍정적으로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치적·사회적 비용이 뒤따르면서 복지국가로의 발전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스1)
비즈N 탑기사
- 상하이 100년간 3m 침식, 中도시 절반이 가라앉고 있다
- 김지훈, 할리우드 진출한다…아마존 ‘버터플라이’ 주연 합류
- “도박자금 마련하려고”…시험장 화장실서 답안 건넨 전직 토익 강사
- 몸 속에 거즈 5개월 방치…괄약근 수술 의사 입건
- 일본 여행시 섭취 주의…이 제품 먹고 26명 입원
- “1인 안 받는 이유 있었네”…식탁 위 2만원 놓고 간 손님 ‘훈훈’
- 10만원짜리 사탕?…쓰레기통까지 뒤져 찾아간 커플
- 꿀로 위장한 고농축 대마 오일…밀수범 2명 구속 송치
- 송지아·윤후, 머리 맞대고 다정 셀카…‘아빠! 어디가?’ 꼬마들 맞아? 폭풍 성장
- 한소희 올린 ‘칼 든 강아지’ 개 주인 등판…“유기견이 슈퍼스타 됐다” 자랑
- 공사비 30% 뛰어… 멀어지는 ‘은퇴뒤 전원주택’ 꿈
- “팔겠다” vs “그 가격엔 안 사”… 아파트거래 ‘줄다리기’에 매물 月 3000건씩 ‘쑥’
- 명품 ‘에루샤’ 국내 매출 4조 돌파… 사회기부는 18억 그쳐
- “AI, 유럽 주방을 점령하다”… 삼성-LG 독주에 하이얼 도전장
- “당하는 줄도 모르고 당한다”…SW 공급망 해킹 늘자 팔 걷은 정부
- 빚 못갚는 건설-부동산업체… 5대銀 ‘깡통대출’ 1년새 26% 급증
- IMF “韓, GDP 대비 정부 부채 작년 55.2%…5년뒤 60% 육박”
- 이건희, 19년전 ‘디자인 선언’한 밀라노… 삼성, 가전작품 전시회
- LH 작년 영업이익 98% 급감… 공공주택 사업까지 차질 우려
- 분식점부터 프렌치 호텔까지, 진화하는 팝업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