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가 주식시장 붕괴 막아…묻지마매수 조장은 말자”

뉴스1

입력 2020-03-30 11:22 수정 2020-03-30 11:22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동학농민운동이 실패했기 때문에 동학개미운동의 결과도 나쁠 것이다? 동학농민운동은 실패했지만 충분히 의미있는 운동이었다. 동학개미운동도 개인 투자자(이하 개미)들이 하락하는 주가를 떠받치고, 주식시장의 붕괴를 막고 있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주식시장에 대한 공부와 연습 없이 투자에 나서는 것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묻지마 매수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투자자 권익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의 정의정(62)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한투연 사무실에서 뉴스1과 만나 최근 코로나19발 증시 폭락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순매수 행렬, 이른바 동학개미운동과 관련해 이처럼 밝혔다.

동학개미운동은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가 각각 순매수, 순매도하며 치고받는 상황을 1884년 반봉건·반침략을 목표로 일어난 농민들의 사회개혁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말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들은 지난 27일까지 60거래일 동안 12거래일을 빼고는 모두 순매수했다. 동학개미운동 영향으로 코스피·코스닥 하루 거래대금은 역대 최대 규모를 갈아치우고 있다. 정 대표 말대로 개인들이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형국이다.

정 대표는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세계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외국인의 순매도 행렬이 있지만, 수년째 이어져온 박스피(일정한 폭 안에서만 지속적으로 주가가 오르내리는 코스피)장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됐음에도 시장안정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금융당국 탓에 하락폭이 커졌고, 이 때문에 동학개미운동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정 대표는 이런 맥락에서 “전봉준은 동학농민운동의 지향점을 탐관오리 숙청과 보국안민(輔國安民)에 있다고 천명했다. 이 시대에 적용하면 탐관오리는 600만 주식투자자들을 돌보지 않는 금융당국이며, 보국안민은 국부유출과 개미 학살의 주범인 외국계 공매도 세력과 그를 추종하는 일부 기관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의 압박에서 벗어나 국가와 개미 공히 이익을 보는 세상을 만드는 게 동학개미운동 이후 이어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에 몸담았던 정 대표가 지난해 10월 한투연을 설립했다. 그는 “정부가 600만 주식 투자자를 보호해주지 않으므로 스스로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산발적으로 각개전투를 벌이면 백전백패가 뻔하다. 힘을 모아 정당한 권리를 주장해 공정한 자본시장 구축과 건전한 투자문화 확산을 앞당겨야 한다”고 했다. 한투연의 현재 회원 수는 7500여명이며, ‘주식농부’로 알려진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가 고문을 맡고 있다.

정 대표는 동학개미운동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지만 주식 투자에 대한 공부와 연습 없이 단지 군중심리와 시류에 편승해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것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하락장에서 매수에 가담하는 것을 이슈로 만들어 결과적으로 ‘묻지마 매수’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도 자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미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소문에 좌지우지할 수밖에 없고, 잘못된 정보에 의해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탕주의 대박을 노리거나 과도한 레버리지를 쓰는 투자행태는 삼가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주식시장을 공부하는 습관을 갖고, 자기만의 투자 스타일을 습득한 다음 연습단계를 거쳐 시장으로 본격 진입해 장기 투자를 하는 게 맞다”면서 “가용한 자금이 10이면 그중 1 이하로 투자해보는 등 손실이 생겨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금으로 연습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5부제’에 빗대 ‘한강 자살 5부제’라는 표현이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데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주식 투자를 하다가 생계가 어려워지는 것 뿐만 아니라, 극심한 정신적 고통, 부채로 인한 압박과 시달림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면서 “재미 차원의 패러디를 넘는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부를 향한 당부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개미들은 연간 4조원의 거래세를 낸다. 한시적으로 거래세의 0.5%를 예산으로 편성해 개미들을 위한 교육기관을 설립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개미들이 성공하는 투자를 확산시켜야 한다. 그러면 건전한 자본시장 생태계가 구축되고, 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