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몰려드는 개미들… “상승세 낙관 아직 일러”

김자현 기자

입력 2020-03-30 03:00 수정 2020-03-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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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코로나 사태 속 주식투자 러시


최근 직장인 박모 씨(27·여)의 대학 동아리 선후배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은 아침마다 주식 이야기로 달아오른다. 오전 9시 증시 개장이 임박하면 단톡방 멤버들은 ‘간밤에 미국 증시가 크게 올랐다’, ‘한국은행이 무제한 돈풀기에 나섰다’는 내용의 경제 기사나 유튜브 채널 링크를 올리며 서로 투자 정보를 공유한다. “많이 떨어진 지금이 투자의 적기”, “반등이 시작됐다. 지금이 일생일대의 기회”라며 주식 투자를 부추기는 대화가 주로 오간다.

주식 투자 경험이 없던 박 씨도 얼마 전에 처음 증권계좌를 만들었다. 마침 2월에 만기가 된 적금이 있어서 1500만 원가량을 이 계좌에 넣어두고 매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 “바로 지금이 적기” 개미들의 주식 열풍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크게 하락한 뒤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자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저점을 찍고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기대 심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은 폭락한 주식들을 과감히 쓸어 담고 있다. 이달 들어 27일까지 외국인투자가들은 17거래일 연속 ‘셀 코리아’를 이어가며 12조556억 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이 기간 10조6038억 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이 쏟아낸 물량을 개인들이 대부분 받아낸 것이다.

신규 투자를 준비하는 ‘개미’들도 늘고 있다. 주식 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26일 기준 45조 원을 넘겨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가 매수’를 노린 투자자들이 실탄을 쌓아놓고 타이밍만 보고 있는 것이다.

계좌 수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6일 기준 6개월 내에 거래가 있는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총 3059만 개로 이달 들어서만 72만 개 이상 늘어났다. 지난달 출범한 카카오페이증권도 약 한 달 만에 계좌 수 50만 개를 돌파했다.

개미들의 투자는 대부분 국내 증시의 대장주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삼성전자의 개인 순매수액은 4조7646억 원으로 전체 개인 순매수의 절반가량이나 됐다. 삼성증권은 “이달 들어 삼성증권에 신규로 비대면 계좌를 개설한 고객의 61%가 삼성전자를 한 번이라도 매매했다”고 밝혔다.


○ 기회일 수는 있지만 무리한 투자는 위험


최근 개인들의 주식 투자 열풍은 1% 안팎인 예·적금 금리와 부동산 시장 규제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주가 폭락을 투자 기회로 볼 수는 있어도 주가 상승을 맹목적으로 과신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2008년 금융위기 등 과거 폭락장에서도 개인들의 투자 붐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성과가 좋았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주가 폭락의 근본 원인인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아직 종식될 기미가 없는 만큼 증시가 언제든 2차, 3차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실물 경제지표의 침체와 기업 실적 하향을 감안해야 한다”며 “현재로서 시장이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연일 주식을 팔고 있다는 점도 향후 증시를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요인 중 하나다.

코로나19 여파가 기업들의 신용 위기로 번지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남는 자산을 모두 동원하거나 빚을 내는 등 무리한 투자에 나섰다가 자칫 침체가 길어지면 주식에 오랫동안 돈이 묶이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가 불거지면 주가가 추가로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종식이라는 숙제가 남아있는 만큼 현재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됐다고 보긴 이르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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