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Interview]“창의성, 인간 100이면 AI는 0… AI공포 버려라”

김윤진 기자

입력 2020-01-15 03:00:00 수정 2020-01-1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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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샤오원 MS 아시아연구소 R&D그룹 부사장

최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훙샤오원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아시아R&D그룹 총괄)이 본인이 생각하는 인공지능(AI)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중국베이징 소재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연구소는 이 회사가 운영하는 전 세계 11개 연구소 가운데 미국 워싱턴주레드먼드 연구소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최근 매섭게 치고 올라오며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 실리콘밸리를 바짝 긴장케 하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가 중국에서 꽃피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비롯한 여러 요인이 있지만 민간 연구소들의 역할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1998년 중국 베이징에 설립된 마이크로소프트(MS) 아시아연구소(MSRA)도 그중 하나다. 이 연구소는 지난 21년간 AI 기초 및 응용연구의 산실로서 기상천외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한편 고도로 훈련받은 이공계 스템(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인력들을 배출해 아시아 학계와 산업계 곳곳에 심어 왔다.

연구소 설립 초기부터 AI 관련 프로젝트를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해 온 훙샤오원 MS 부사장(아시아 R&D그룹 총괄)은 현재 300명 가까운 과학자로 구성된 MSRA를 이끄는 수장이다. MSRA는 MS의 전 세계 11개 연구소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며 총 1000여 명인 MS 연구개발(R&D)그룹 인력의 약 4분의 1이 이곳 소속이다. 20년 넘게 현장에서 아시아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진보를 목격한 훙 부사장은 AI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동아비즈니스리뷰(DBR) 1월 1일자(288호)에 실린 훙 부사장의 인터뷰를 요약 정리했다.


―어떻게 일선 현장에서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

“AI 기반의 비즈니스 활동은 모두 피드백 순환구조로 이뤄져 있다. 제품을 배포하고, 센서와 액추에이터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다음 의사결정을 내리고, 피드백 내용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선한다. 과거에는 사람이 했던 일을 지금은 AI가 대신 한다. 자동차 제조사 롤스로이스를 예로 들어보자. 이 회사는 자동차뿐 아니라 비행기용 제트엔진도 만들고, 엔진 제품과 더불어 엔진 고장을 예측, 정비해주는 서비스까지 판매한다. 이런 사전 예측 서비스는 정시 출발을 원칙으로 하는 항공기 지연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또 롤스로이스는 AI를 이용해 가상 및 엔진 성능 데이터나 관제탑 관측 데이터 등을 취합하고, 이를 토대로 연료량을 최적화해 비행기를 띄우는 데 필요한 전체 비용의 40%에 육박하는 연료비를 절감한다.”

―AI 기술이 발달하면 사람들이 설 자리가 있을까.

“AI는 많은 데이터(big data)와 적은 지능(small intelligence)을 가진 존재다. 반대로 인간은 적은 데이터(small data)와 높은 지능(big intelligence)을 가졌다. 사실 데이터가 많으면 지능은 필요 없다. 주식시장만 봐도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자하면 막대한 돈을 벌고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지만, 그 사람을 두고 똑똑하다거나 현명하다고 하진 않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기계는 지능이 그다지 높지 않아도 된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데이터 하나 없이도 100년 전에 블랙홀과 중력파 등의 개념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블랙홀과 중력파를 관찰할 수 있게 되지 않나. 이게 지능이다.”

―그렇다면 현재 AI 지능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지능을 5단계로 나눈다면 1∼3단계는 이미 인간과 맞먹거나 인간을 뛰어넘었다. 1단계가 연산 기억(computation & memory)이다. 계산, 암기 능력으로는 컴퓨터를 절대 넘어설 수 없다. 2단계가 지각(perception), 즉 안면과 음성 인식이다. MSRA가 개발한 ‘레즈넷(ResNet)’의 안면 인식이나 MS 코타나, 애플 시리(Siri), 구글 어시스턴트 등의 음성 인식 기술만 봐도 사람보다 정확하다. 우리는 한 번 본 사람의 얼굴을 금세 잊어버리지만 레즈넷은 공항을 통과하는 수많은 군중 속에서 범죄 용의자를 식별한다. 3단계 인지(cognition) 능력도 이제 기계가 인간을 따라잡았다. 비즈니스, 금융, 과학기술 분야 종사자들에게 요구되는 생산적인 지능 활동이 인지의 영역에 속한다. 스탠퍼드대가 개발한 스쿼드(SQuaD)라는 독해 능력 테스트에서도 MS의 AI가 받은 점수가 학생들의 평균 점수보다 높았다.”

―기계가 인간을 따라올 수 없는 마지막 4, 5단계는 무엇인가.

“창의성(creativity·4단계)과 지혜(wisdom·5단계)다. AI의 창의성이 0이라면 인간은 100이다. AI 시인이 키워드를 기반으로 시집을 발간하고, AI 작곡가가 힙합과 K팝 스타일의 곡을 쓰고, AI 화가가 추상화나 인상화를 그리고 있지만 이건 창의성이라고 보기 어렵다. 컴퓨터가 심층 신경망을 활용해 특정 키워드나 멜로디, 픽셀 크기나 밝기 채도 등으로 스타일을 이전한 것일 뿐이다. 컴퓨터가 쓴 시, 음악, 회화는 일류의 것을 창조한 결과가 아니라 이미 짜인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빠르게 연산해 내놓은 모방의 결과다. 반면 내가 생각하는 창의성은 독일 수학자 가우스가 1부터 N까지 연속한 자연수의 합을 구하기 위해 N(N+1)/2의 공식을 만들었듯 기존에 없던 공식과 없던 문제를 발견해 해결하는 것이다.”

―AI 기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200년 전, 전 세계 인구의 95%가 농업에 종사했지만 이제는 5%만이 농사를 짓는다.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95%가 직장을 잃었을까? 그렇지 않다. 리테일, 금융, 보건, 하이테크 등의 산업으로 이동했다. 인간은 학습을 통해 스스로 발전한다. MS가 링크트인을 인수한 이유도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어떤 직장 이동 기회를 원하는지 규명하기 위해서다. 이런 수요와 공급을 잘 연결한다면 AI 기술이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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