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쟁터 ‘배달앱’… 김봉진, 적진에 뛰어들다

곽도영 기자

입력 2019-12-16 03:00:00 수정 2019-12-16 16: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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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배달의민족’ 매각 뒷얘기



“만약 김봉진이 나가면 이 딜은 없다.”

니클라스 외스트베리 딜리버리히어로 최고경영자(CEO·39)가 우아한형제들을 4조8000억 원에 인수하기 위한 막판 협상에서 제1 조건으로 내건 것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43)가 경영진에 남는 것이었다. 10년 가까이 만나며 교감을 쌓은 두 젊은 대표의 ‘빅딜’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 코리안 유니콘 빅딜, 국경 넘은 두 대표 피를 섞다


김 대표와 외스트베리 대표는 2010년과 2011년, 1년 간격으로 각각 한국과 독일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기업을 창업했다. 2011년 우아한형제들 임직원 수가 10명이 채 안됐을 때 김 대표가 독일에 가서 외스트베리 대표를 만났다. 당시에도 투자와 인수합병(M&A) 논의가 있었지만 결실을 맺진 못했다. 하지만 둘은 이후에도 해마다 만나 배달업계 현안을 논의해 왔다.

올 한 해가 김 대표에겐 분수령이었다. 해외 자본의 공세가 거셌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인수한 2, 3위 업체 요기요와 배달통, 그리고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 투자금을 업은 쿠팡이츠가 쿠폰 마케팅, 점주 포섭을 강화하며 목을 조여 왔다. 출혈 경쟁에서도 시장점유율은 지켜냈지만 실적표가 좋지 않았다.

문제는 글로벌 배달앱 시장 규모 4위인 한국 시장을 놓고 해외 자본과의 싸움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란 전망이었다. 김 대표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①국내 증시 상장 ②국내 업체와의 M&A ③해외 업체와의 M&A 중 결국 외스트베리 대표를 택했다. 우아한형제들 핵심 관계자는 “지금 잘못하면 회사가 먼지가 돼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싸워 이길 수 없다면 적진 심장 깊숙이 들어가 차라리 서로 배신할 수 없는 계약을 맺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수조 원대의 유니콘을 선뜻 인수해줄 대기업이나 금융자본이 부재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우아한형제들 경영진 지분을 제외한 87%의 지분 중 75%는 해외 투자사들이다. 최근에야 네이버 등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해왔다. 지난달 28일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열린 K스타트업 행사 기조연설에서 김 대표는 “국내에 유니콘 기업이 많아진 건 좋지만, 이젠 한국이 투자한 유니콘 기업이 나와야 할 때”라고 말한 바 있다.


○ 350조 원 글로벌 배달앱 시장, 3강 구도로 재편 중

글로벌 배달앱 시장 규모는 최대 350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시장이 크게 ‘아프리카의 소프트뱅크’라 불리는 투자사 내스퍼스 계열과 손 회장의 비전펀드 계열, 저스트잇 계열 등 3강 구도로 재편 중이다.

내스퍼스는 중국 텐센트의 초기 투자사이자 최대 주주로 유명하다. 이번 인수로 글로벌 1위인 딜리버리히어로와 중국 1위인 메이퇀뎬핑(美團點評)과 동남아 1위 푸드판다, 한국 1위인 배달의민족을 포트폴리오에 담게 된다. 김 대표에게 양사 합작사인 우아DH아시아의 회장직을 맡기면서 아시아 시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스퍼스의 큰 그림인 셈이다.

쿠팡이츠와 우버이츠에 투자한 비전펀드는 북미 지역과 대만 등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이를 견제하고 있다. 유럽에선 1위 기업인 저스트잇과 2위 기업 테이크어웨이의 합병이 유력시된다. 우아한형제들 핵심 관계자는 “텐센트도, 딜리버리히어로도 내스퍼스의 적극 지원으로 공격적인 사업을 펼쳐 나갈 수 있었다”며 “배민도 그 팀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봉진 대표에게 남은 숙제는 국내 시장 독점 이슈다. 딜리버리히어로 계열 기업이 점유율 99%를 가져가게 된 데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수합병을 통과시킬지가 미지수로 남아있다. 벌써 외식업계에서는 광고 수수료 인상 등 독점 횡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배민의 수수료 최저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며 “향후 공정위와의 협의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안을 찾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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