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급한 불 껐지만… 연장근로 허용기준 모호해 불안 여전”

허동준 기자 , 김호경 기자

입력 2019-12-12 03:00 수정 2019-12-12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주52시간제 보완 대책]
정부 도입 요건 완화했다지만 업무량 급증 기준 등 불확실
건설업계 “현장인력 소속 다 달라… 근로자 동의 누구에게 받으란건지”
승인기준 놓고 형평성 논란 일수도… 경총 “입법 통해 불확실성 제거를”


국내 금속부품 제조 중소기업 A사 대표는 11일 정부가 내놓은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 대책에 대해 “일단 급한 불은 껐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더라도 처벌하지 않는 계도기간(1년)을 두기로 하면서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특별연장근로 사유가 확대되면서 갑작스러운 주문이나 기계 고장 시에도 추가 연장근로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A사 대표는 “특별연장근로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무량이 어느 정도 늘어나야 특별연장근로 사유 중 하나인 ‘업무량의 대폭적 증가’에 해당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고, 허가 시간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겠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정부가 주 52시간제 보완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연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같은 보완 입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계도기간이 끝난 1년 뒤 또다시 ‘범법자’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업계 “급한 불 껐지만 모호성 남아”

특히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한 연구개발이 ‘국가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연구개발’로 제한된 점은 각 업계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겼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특별연장근로제 인가 사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혔지만 모호성은 더 커진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특별연장근로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연구개발 로드맵을 짰다가 우리 품목은 해당 사항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조업체와 달리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 상당수는 하청업체 소속 일용직 근로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근로자마다 소속 회사와 근로기간, 근로시간이 각기 다른데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기 위해 근로자 동의를 누구한테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대한건설협회는 건설업계를 대표해 주 52시간제가 처음 시행된 지난해 7월 이전에 발주한 공사와 해외 공사 현장은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로 인정해달라고 건의했지만 이번 대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 경제단체들 “보완 입법 절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각각 발표했다. 행정적 조치인 계도기간 연장이나 특별연장근로는 임시책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1차 발표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행정 대안을 제시한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일본처럼 노사 합의 시 추가 연장근로(월 100시간, 연 720시간 이내)를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경총 관계자는 “특별연장근로는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한 자율성 확대, 기업 자체 연구개발 활동도 포함되는 사유 확대가 필요하다”며 “시행규칙이 아닌 법으로 규정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광호 전경련 한국경제연구원 실장도 “고용부의 특별연장근로 승인 기준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김호경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