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취업난에 위험 높은 업체로 청년근로자 산재 매년 증가

송혜미 기자

입력 2019-12-06 03:00:00 수정 2019-12-06 09: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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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5206명… 1년새 10% 늘어
“영세사업장 안전대책 소홀하고 작업환경 낯설어 위험에 노출”



경기 지역 전문대학에 다니던 이모 씨(23)는 올 7월 A반도체사의 하청업체에 장기 현장실습생으로 취업했다. 이 씨는 입사 보름여 만에 방사선에 피폭됐다. 방사선이 나오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를 해제해 작업 속도를 높이라는 상사의 지시를 따른 게 화근이었다. 이 씨의 아버지는 “피폭된 손이 아파 아들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면서 “암에 걸릴 수 있어 수십 년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는데 이렇게 위험한 일인 줄 몰랐다”며 울먹였다.

일을 하다 다치는 청년(15∼29세) 근로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급증하고 있다. 5일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산재를 당한 청년 근로자는 지난해 상반기(4732명)보다 10% 늘어난 5206명이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2017년에 비해 14.5%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증가율이 10%를 넘은 것이다.

전체 재해자 가운데 청년 비율도 지난해 상반기 9.8%에서 올해 10.1%로 늘었다. 2015년 청년 재해자는 8368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만181명이었고 올해도 1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구직난으로 청년이 영세업체에 몰리는 것이 한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영세업체일수록 안전교육에 소홀하거나 산재 예방조치가 제대로 안 돼 있는 경우가 많다.


30인 미만 제조업체에 다니던 정모 씨(당시 26세)는 지난해 금형틀 사이에 몸이 끼여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기계에는 끼임 방지 조치가 안 돼 있었다. 정 씨도, 이 씨도 회사에서 별다른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방사선 관련 업무를 하는 근로자는 특별안전보건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이 씨의 회사는 이를 생략했다.

취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작업환경에 익숙하지 않고 숙련도가 낮은 청년일수록 산재 위험에 더 취약하다. 자동차 정비업체에서 정비사로 일하던 황모 씨(27)는 올 3월 혼자 덤프트럭을 수리하다 들어 올려져 있던 적재함에 깔려 숨졌다. 지지대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적재함이 내려오며 황 씨를 덮친 것이다. 사고를 조사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측은 “안전장치가 적정하게 설치됐는지 등을 선임자가 확인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청년 산재 비중이 커지는 것은 최근 비정규직 청년의 증가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며 “정부가 영세사업장의 산재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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