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머그잔-필통, 이 로고만 붙으면 열광

강승현 기자

입력 2019-11-21 03:00:00 수정 2019-11-2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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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MD상품의 경제학
홍보 위해 이벤트성 내놓은 상품, 수집열풍에 후기 공유 커뮤니티도
한정 판매땐 새벽부터 대기행렬… 마시는 공간서 쇼핑문화 공간으로
스타벅스, 年500개 넘는 상품 출시




매달 새로 문을 여는 스타벅스 매장 앞에는 이른 새벽부터 긴 줄이 늘어선다. 새 매장 오픈 기념 머그잔을 받기 위해서다. 3000원을 기부하면 받을 수 있는 있는 이 머그잔은 초록색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흔한 머그잔이다. 하지만 매장 오픈일에 거의 다 소진된다.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별기획(MD) 한정판 상품이라면 경쟁률은 더욱 치열하다. 올 7월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1호점인 마포구 이대R점에서 500개 한정 판매한 유리컵은 새벽부터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몰렸다.


○ 스타벅스가 만든 ‘MD 소비문화’

스타벅스가 홍보를 위해 브랜드 로고를 넣어 이벤트성으로 판매했던 MD상품이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종류별로 MD제품을 수집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 상품에 대한 후기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까지 생겨났다.

국내에 MD상품 열풍이 불기 시작한 건 스타벅스가 매년 연말 다이어리를 선보이면서부터다. 고객 증정용으로 만든 상품이었지만 매년 디자인이 화제가 되면서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이탈리아 노트 전문 브랜드 몰스킨과 협업한 2014년부터는 온라인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될 만큼 몸값이 높아졌다. 이후 스타벅스는 세계적인 컬러 기업 ‘팬톤’, 편집숍 ‘10 꼬르소 꼬모’ 등과 함께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내놓았다. 올해는 독일 필기구 브랜드 라미와 협업한 펜 상품도 선보였다. 라미에서 가장 있기 있는 사파리 볼펜에 스타벅스의 초록색을 입혔다.


커피의 맛보다 MD상품이 더 화제가 되자 한국 스타벅스는 MD상품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본업인 커피와 상관없는 우산, 가방, 돗자리, 필통 등에 초록색 스타벅스 로고를 새기고 서울 부산 경주 제주 등 지역에 특화된 머그잔과 텀블러를 내놓았다. 올해는 MD상품 등 디자인 인력을 2배로 늘렸다.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의 커피와는 관련이 없었지만 MD상품들은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세대에 이어 올해에는 이화여대와 협업해 학교 모습이 담긴 전용 스타벅스 카드도 출시했다. 박영하 스타벅스커피코리아 크리에이티브팀장은 “앞으로는 고객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연필, 키링, 우산 등의 실용적인 MD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 MD 매출만 연 1500억 원…전체 매출의 10%

한 해 출시되는 MD상품의 종류가 500개를 넘어서면서 스타벅스는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쇼핑까지 즐기는 문화 공간이 됐다. 스타벅스 커피는 마시지 않지만 MD상품은 구매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이는 곧바로 매출로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MD상품 관련 매출은 2014년 620억 원에서 2016년 1000억 원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1500억 원을 넘어섰다.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MD상품 판매로 버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MD 소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타벅스, 애플, 카카오, 라인처럼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들의 소비자는 브랜드가 새겨진 MD상품을 쓰면서 그 브랜드와 자신이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서 “브랜드 로고를 통해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브랜드가 문화가 된 것”이라면서 “앞으로 이처럼 충성 고객과 브랜드를 문화화하는 기업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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