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동반 부진” 잇단 경고… 교역량 줄어 한국 타격 우려

세종=송충현 기자 , 최혜령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입력 2019-10-15 03:00 수정 2019-10-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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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킹스硏 “스태그네이션 진입”

세계 경제가 불황의 터널에 들어설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유로존에서 시작된 제조업 침체가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분야로 확산될 조짐이 가시화하고 있고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이완과 수요 저하로 세계 경제의 엔진 중 하나인 아시아권 상황도 좋지 않다. 미국 역시 역대 최장의 경기 확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 위축과 관세 부과에 따른 원자재 값 상승 등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글로벌 수축기를 맞아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제조업 침체 서비스업으로 확산 우려

14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등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존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보다 1.3포인트 떨어진 45.7로 나타났다. 2012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가 상승하고 있다는 뜻이고, 50 미만이면 경기 하강을 의미한다.

불황의 조짐은 서비스업으로 전이되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 서비스업 PMI는 51.6으로 간신히 기준선인 50을 넘겼지만 올해 1월(51.2) 이후 최저치였다. 그간 보합세를 보이던 서비스업 PMI가 제조업지수와 동반 하락하자 유럽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9월 실업률이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내는 등 2009년 6월부터 올 9월까지 124개월 연속 경기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형상 역대 최장기 호황이지만 미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와 비제조업지수의 격차가 8월 7.3포인트에서 9월 4.8포인트로 줄어드는 등 곳곳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13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세계 경제 지표를 분석한 결과 각국이 장기간 저성장에 빠지는 ‘동시적 스태그네이션’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신임 총재가 “세계 경제가 ‘동시적 경기 둔화’ 시기에 있다”고 밝힌 지 닷새 만에 나온 분석이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코넬대 교수)은 “지속적인 무역 긴장, 정치적 불안정, 지정학적 위기, 통화정책 효용성의 제한이 기업과 소비 심리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투자와 생산성 증가세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했다.

세계 각국이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 투자와 소비가 줄어 교역량 감소로 이어진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9%로 내다봤다. 종전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췄다. 이미 교역량은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IMF는 상반기 세계 전체 수출입이 각각 2.1%, 2.0%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유럽과 한국 등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교역 규모가 크게 줄었다.

유럽의 경기 침체가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 점도 세계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IMF는 15일(현지 시간) 발표 예정인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한국 재정 확대하되 잘 쓸 전략도 짜야”

한국 정부는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제조업 부문의 경기 침체가 비제조업 분야로 전이되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 서비스업 취업자가 11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8월 서비스업 취업자 증가 폭은 39만9000명으로 직전 달의 증가 폭(33만8000명)을 웃돌았다. 정부 관계자는 “서비스업 고용이 늘어난다는 건 서비스업 부문에서 생산 활동이 활발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비스업 중 정부의 재정 투입 사업 비중이 큰 보건복지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7만4000명으로 서비스업 중 가장 크다. 도소매 등 민간 서비스 부문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고용 상황을 낙관하기 힘든 이유다.

올해와 내년처럼 세수 전망이 암울한 상황에서 지나친 확장 정책을 펼 경우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 정부로선 부담이다. 1∼8월 국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조7000억 원 줄어든 209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세수는 부족한데 정부 지출은 늘면서 중앙정부 채무는 8월 말 기준 697조5000억 원으로 700조 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복지정책이 빠른 속도로 확대돼 부정 수급 등을 감시할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며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선 재정을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최혜령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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