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괴롭힘’ 피해 10명중 4명, 폭언에 시달렸다
박은서 기자
입력 2019-08-19 03:00 수정 2019-08-19 10:36
시행 한달간 진정 379건 분석해보니
부당한 업무지시가 28%로 2위… 험담-따돌림에 업무 안주기도
영세 중소기업일수록 괴롭힘 빈번
직장인 A 씨는 최근 상사가 퍼부은 폭언을 듣고 나서 일하는 도중 갑자기 울음이 나고 기분이 우울해지는 증상을 겪고 있다. A 씨의 상사는 회의를 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벌떡 일어나 “× 같은 새끼”라고 욕설을 했다. 회의실 근처에 있던 다른 직원에게까지도 욕설이 들렸다. 그날 이후 A 씨는 상사와 말도 하지 않고 마주치는 것도 피하고 있다. 일에 대한 열의를 잃은 A 씨는 “피해자가 된 뒤로 소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B 씨도 근무 도중 폭언을 들은 피해자다. 사장은 지시를 할 때마다 소리를 지르면서 “너 죽을래?” “미쳤어?” 등을 반복했다. 그때마다 B 씨는 “죄송합니다. 앞으로 다신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한 달을 맞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나온 괴롭힘 사례들이다. 실제로 이 법이 시행된 이후 한 달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진정 중엔 A, B 씨의 사례처럼 폭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고용부에 따르면 직장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전국에서 총 379건의 진정이 접수됐다. 근무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16.5건의 진정이 들어왔다.
유형별로 보면 폭언에 대한 진정이 152건(40.1%)으로 가장 많았고, 부당업무지시(28.2%)가 그 다음이었다. 직장갑질119의 보고서에 따르면 C 씨는 딱딱한 음식을 먹지 못하는데도 음식 먹기를 좋아하는 회사 대표 지시 탓에 억지로 먹어야 했다. 또한 폭우가 쏟아지는 날 일부러 업무와 관련 없는 외근을 시켜 비를 쫄딱 맞게 한 일도 있었다. 부당한 업무지시의 전형적 사례다.
민간 연구원의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D 씨는 매일 대표실로 불려가 직원 뒷담화를 들어야 했다. 연구원 대표는 “젊은 남자니까 노처녀 직원을 조심하라” “저 직원과는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말하는 등 직원들을 자주 헐뜯었다. 이런 험담·따돌림 사례도 45건(11.9%)이 접수됐다.
이외에도 진정에는 업무 미부여(3.4%), 차별(2.4%)도 있었다. 폭행(1.3%) 등 심각한 수준의 괴롭힘은 상대적으로 진정 건수가 적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영세 중소기업에서 더 빈번히 발생했다. 규모별로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낸 진정은 159건(42.0%)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300인 이상 기업 102건(26.9%), 50∼99인 이하 기업 67건(17.7%)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119건) 경기(96건) 인천(26건) 등 수도권이 63.5%를 차지했다. 전남, 제주, 세종에선 괴롭힘 관련 진정이 하나도 접수되지 않았다.
진정을 접수했다고 해서 곧바로 처벌이 되는 건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가해자를 형사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규칙에 정해진 사내 징계를 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형사 처벌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준 사업주에게만 내려진다.
고용부 관계자는 “진정이 접수되면 해당 사업장에 직장 내 괴롭힘을 처리하는 규정이 있는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조사한다”며 “현재 처벌이 가능한 진정이 접수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연말까지 대규모 사업장부터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취업규칙이 마련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태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부당한 업무지시가 28%로 2위… 험담-따돌림에 업무 안주기도
영세 중소기업일수록 괴롭힘 빈번
직장인 A 씨는 최근 상사가 퍼부은 폭언을 듣고 나서 일하는 도중 갑자기 울음이 나고 기분이 우울해지는 증상을 겪고 있다. A 씨의 상사는 회의를 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벌떡 일어나 “× 같은 새끼”라고 욕설을 했다. 회의실 근처에 있던 다른 직원에게까지도 욕설이 들렸다. 그날 이후 A 씨는 상사와 말도 하지 않고 마주치는 것도 피하고 있다. 일에 대한 열의를 잃은 A 씨는 “피해자가 된 뒤로 소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B 씨도 근무 도중 폭언을 들은 피해자다. 사장은 지시를 할 때마다 소리를 지르면서 “너 죽을래?” “미쳤어?” 등을 반복했다. 그때마다 B 씨는 “죄송합니다. 앞으로 다신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한 달을 맞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나온 괴롭힘 사례들이다. 실제로 이 법이 시행된 이후 한 달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진정 중엔 A, B 씨의 사례처럼 폭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고용부에 따르면 직장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전국에서 총 379건의 진정이 접수됐다. 근무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16.5건의 진정이 들어왔다.
유형별로 보면 폭언에 대한 진정이 152건(40.1%)으로 가장 많았고, 부당업무지시(28.2%)가 그 다음이었다. 직장갑질119의 보고서에 따르면 C 씨는 딱딱한 음식을 먹지 못하는데도 음식 먹기를 좋아하는 회사 대표 지시 탓에 억지로 먹어야 했다. 또한 폭우가 쏟아지는 날 일부러 업무와 관련 없는 외근을 시켜 비를 쫄딱 맞게 한 일도 있었다. 부당한 업무지시의 전형적 사례다.
민간 연구원의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D 씨는 매일 대표실로 불려가 직원 뒷담화를 들어야 했다. 연구원 대표는 “젊은 남자니까 노처녀 직원을 조심하라” “저 직원과는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말하는 등 직원들을 자주 헐뜯었다. 이런 험담·따돌림 사례도 45건(11.9%)이 접수됐다.
이외에도 진정에는 업무 미부여(3.4%), 차별(2.4%)도 있었다. 폭행(1.3%) 등 심각한 수준의 괴롭힘은 상대적으로 진정 건수가 적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영세 중소기업에서 더 빈번히 발생했다. 규모별로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낸 진정은 159건(42.0%)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300인 이상 기업 102건(26.9%), 50∼99인 이하 기업 67건(17.7%)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119건) 경기(96건) 인천(26건) 등 수도권이 63.5%를 차지했다. 전남, 제주, 세종에선 괴롭힘 관련 진정이 하나도 접수되지 않았다.
진정을 접수했다고 해서 곧바로 처벌이 되는 건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가해자를 형사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규칙에 정해진 사내 징계를 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형사 처벌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준 사업주에게만 내려진다.
고용부 관계자는 “진정이 접수되면 해당 사업장에 직장 내 괴롭힘을 처리하는 규정이 있는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조사한다”며 “현재 처벌이 가능한 진정이 접수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연말까지 대규모 사업장부터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취업규칙이 마련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태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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