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꿈꾼 소년, 고액 연봉 대기업 관두고 제주에 베팅하다

뉴스1

입력 2019-08-16 08:06 수정 2019-08-1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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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제주더큰내일센터장이 뉴스1제주본부와 인터뷰하고 있다. /© 뉴스1


사춘기 시절 아버지를 잃고 방황의 시기를 보낸 뒤 신부를 꿈꿨던 소년이 있었다.

이 소년은 명문대를 졸업해 30대에 대기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다가 고액 연봉을 뒤로하고 갑자기 사회적기업가로 변신해 성공했다.

김종현 제주더큰내일센터장(46)의 얘기다.

포털사이트 ‘다음(Daum, 현 카카오)’과 기업 넥슨 제주 이전에 차례로 참여했고 사회적기업인 제주 색깔을 입힌 음식점 등으로 성공을 거둔 그가 이번에는 청년인재 양성에 도전한다.

10여년간 꾸준히 도내외에서 청년 멘토로 활동해온 김 센터장에게서 이 시대 청년 문제와 혁신인재상 등을 들어봤다.

◇“제2의 잡스아닌 제1의 내가 될수 있는 가치 찾아야”

그동안 김 센터장의 이력만 본다면 얄밉다는 생각이들만큼 성공가도를 달렸다. ‘왜 좋은 직장 관두고 사서 고생하느냐’는 질문이 절로 나온다.

“야구도 3할대면 훌륭한 타자잖아요. 결과만 보면 성공만 한 것 같지만 그만큼 많은 실패를 겪었습니다. Daum만 해도 제가 입사했을때는 장래가 불투명한 스타트업이었어요. 돌이켜보면 기회였지만 당시 성공이었느냐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좌절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최고의 IT기업 중 하나인 Daum 재직 때 찾아왔다. 6개월이면 된다는 본사 제주 이전 프로젝트는 6년이나 이어졌고 그는 점점 초조해졌다.

“(제주 이전 마무리하고)기존 업무에서 손을 뗀 지가 몇년이나 되나 보니 다시 돌아갈 자리가 없었어요. 새로운 걸 시도하기에 시대가 변한거죠. ‘이제 인터넷 업계에서 성공하는 건 불가능하구나’ 생각했죠. 누구나 제2의 스티븐 잡스나 이재웅이 되고 싶잖아요. 저 역시 그런 꿈을 꿨고 그 꿈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좌절감이 컸죠”

그가 ‘제주의 미래가치’와 ‘청년’에 눈을 뜬 것은 이 시기였다.

“당시 올레길을 매일 걸으며 깨달았죠. 수많은 오름과 풍경이 있지만 관광객들은 유명 관광지만 찾고 나머지는 거들떠보지 않아요. 나무 하나, 꽃 한송이가 다 가치있는데요. 무엇인가 돼야만 가치있는 게 아니라 내가 처한 상황에서 내 가치를 높이는 게 뭘까 생각해 보니 제주가 좀 더 다가왔아요”

◇제주의 미래가치 그리고 청년

대기업을 제주에 이전하는 일을 두차례나 했던 김 센터장은 외부가 아닌 제주 내부에서 미래를 만드는 것이 진짜 제주의 미래가치가 열리는 길이라고 여겼다.

그가 제주 향토자원을 기반으로 사회적기업을 창업한 이유기도 하다. 우리나라 최대 유기농 우유 생산지인 성이시돌 목장의 경영난 소식을 접하고 비교적 투자비가 적은 유기농 수제 아이스크림가게를 고안해 성공을 거둔게 대표적이다.

“사회적기업을 하면서 제주의 가치로 비즈니스와 미래 만들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비슷한 사례들이 많이 생겨나길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제 모델을 따라는 하는데 새로운 모델은 생각보다 많진 않았어요. 이유가 뭘까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 사람을 좀 더 키워야겠다고 결론 내렸죠”

어린시절 성직자를 꿈꾼 그에게 제주의 미래가치와 인재 양성은 일종의 소명의식과 다를바 없다고 한다. 그가 더큰내일센터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결심한 것도 사람이다.

“사람을 키워내는 게 제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혁신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사람을 키우는 것이고요. 제가 뛰어난 능력 있는 건 아니지만 제 삶을 통해 어느정도 보여드렸다고 생각합니다. 김종현보다 100배 멋진 친구 100명 만들어내고싶습니다”

김 센터장은 2차 제조업이 매우 빈약하고 3차 산업 역시 90% 이상이 영세사업장인 제주의 산업구조를 강소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혁신인재, 즉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혁신인재란 뭘까?

“‘업’과‘프로젝트‘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시도를 이끌어내는 게 혁신역량이죠. 혁신역량은 단순한 지식의 영역이 아니에요. 정답을 외우는게 아니라 해답을 찾는 조정능력, 시장의 복병과 난관을 헤쳐나갈 문제해결능력의 근육을 키우는 일이죠.”

올해 1기 100명을 뽑는 제주더큰내일센터 참여자 모집 설명회. /© 뉴스1

◇’교육+혁신프로젝트+비용‘ 제주더큰내일센터는?

9월24일 출범하는 더큰내일센터는 교육과 혁신프로젝트는 물론 청년들이 역량강화에만 투자할 수 있도록 그에 따른 비용까지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취창업 지원 기관이다. 선(先)지원 후(後)숙련을 골자로 한다.

제2차 제주국자자유도시 종합계획 수정계획(청년뱅크재단 설립추진)’에 근거해 추진됐으며 원희룡 지사의 공약으로 구체화됐다.

센터의 목표는 최장 2년 동안 만 15세(2005년생)~34세(1984년생)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매월 150만원을 지원해 참여자들이 교육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각종 교육과 문제해결능력 함양을 위한 팀프로젝트 수업을 거쳐 실무와 연계한 인턴과정, 비즈니스모델 수립 및 시제품 제작 등을 통해 경험과 실행에 집중된다.

23일까지 참여자를 접수한다. 그동안 도내외서 열린 참여자 모집 설명회에는 제주에서만 500명 이상이 참가해 관심이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김 센터장은 “청년들이 실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하잖아요. 새로운 시도는 해 본 사람이 더 즐겨요. 두렵지만 도전을 해 본 사람들은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합니다. 청년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넘어져도 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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