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험상품 나쁜건 쏙 빼고… 텔레마케팅 여전한 편법

김형민 기자

입력 2019-07-16 03:00:00 수정 2019-07-16 03:00: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금감원, 상반기 불완전판매 조사… 신한 등 최고 5억원 과징금 예고


안모 씨(58)는 저축성 보험을 알아보던 중 지인을 통해 한 보험설계사를 소개받았다. 안 씨는 시간이 없어 전화로 상품 설명을 듣고 보험에 가입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상품의 사업비가 다른 상품 대비 과도하게 많다는 것을 알았다. 떼어낸 사업비를 충당하려면 만기를 거의 채워야 가능했다. 안 씨는 “사업비 차감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다른 상품에 가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과 올해 상반기 국내 보험사를 대상으로 텔레마케팅(TM·전화 판매)에 대한 불완전판매 여부를 검사한 결과 신한, 흥국, 미래에셋, 동양, KDB, DB생명 등이 대거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험사들은 TM 영업을 할 때 소비자에게 의무적으로 알려야 할 사업비 차감 등의 필수 정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현행 규정상 보험사는 상품을 팔 때 소비자에게 사업비 차감 여부, 보험금 수령 시기, 만기 시 받을 수 있는 환급금 등의 정보를 설명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징금은 업체당 1억 원에서 5억 원 안팎으로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 상품의 불리한 내용 ‘쏙’ 뺀 보험사


이번에 문제가 된 저축성 보험의 경우 매월 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를 차감하기 때문에 만기 전에 중도 해지하게 되면 본인이 낸 보험료보다 훨씬 적은 보험금을 받게 된다. 한 보험사의 TM 전용 저축성 보험의 경우 만 40세 남성이 10년 만기 월 30만 원 납입 조건으로 저축성 보험에 가입한 뒤 납입 3년째에 해지하면 납입한 보험료는 1080만 원이지만 사업비 차감, 공제액 등 때문에 실제 환급보험금은 993만 원에 불과하다.

이밖에 ‘무(無)해지’ 환급보험에 대한 설명 역시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해지 환급보험은 보험료가 싼 대신 중도 해지 시 환급금이 없는 상품이다. 그런데 이 설명을 아예 하지 않은 보험사도 있었다.

상품 특성은 보험사가 의무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하지만 TM의 경우 비대면으로 상품을 설명하는 것이어서 설명 의무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또 소비자들은 직접 설계사와 마주 앉았을 때보다 전화로 가입할 때 자신에게 불리한 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보험사들이 의도적으로 이런 설명을 빼기도 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TM 판매는 오래전부터 고질적인 불완전판매 영역”이라고 말했다.


○ 불완전판매 막는 AI 감시 시스템 구축하기로


이런 문제로 보험 가입 후 한 달 이내에 중도 해지하는 청약철회율은 TM 부문이 다른 판매채널보다 월등히 높다. 생명보험의 TM 부문 청약철회율은 2016년 12.72%에서 지난해 16.86%까지 악화됐다. 지난해 설계사 대면 판매 청약철회율은 4.20%, 대리점은 4.25%, 방카쉬랑스는 1.43% 수준이다.

금감원이 매년 TM의 불완전판매를 검사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이에 TM 녹취 내용을 자동으로 문서화한 뒤 필수 정보인 ‘사업비’ ‘금리’ 등의 핵심 단어를 스스로 인지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하는 인공지능(AI)형 감시 시스템을 내년 초 도입한다. 예를 들어 ‘사업비’라는 단어가 설명 초반에 나오면 평가 점수를 가산해 향후 검사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준다. 반대로 필수 설명이 누락되면 점수를 깎고 문제가 심각한 보험사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현장검사에 나선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일이 TM의 불완전판매를 단속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