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상정비만 맡을땐 수주액 수천억에 그칠듯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19-05-27 03:00 수정 2019-05-27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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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兆 UAE원전 정비 수주’ 무산 위기
UAE, 바라카 원전 장악력 높이려 계약기간-정비분야 쪼개서 입찰
일각 “파견인력 철수갈등 영향”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전경. 한국은 이 원전의 장기정비계약 입찰 수주를 기대해 왔다. 동아일보DB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운영하는 ‘나와’가 장기정비계약(LTMA) 입찰 방식 변경을 추진하는 이유는 원전 운영에 대한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원전업계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 파견 인력을 일방적으로 철수하는 등 UAE와 마찰을 빚어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나와는 장기정비계약을 한 업체에 통째로 넘기는 방식 대신 여러 업체에 정비 업무를 나눠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사업 전체를 따낼 것으로 기대했던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으로선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바라카 원전은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설치돼 한국 업체가 정비계약을 따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한수원은 2016년 원전 운영지원계약도 따내 발전소 운전원과 일부 지원인력 등을 파견하고 있다.

나와는 이처럼 한수원이 바라카 원전의 건설과 운영을 모두 도맡는 상황에서 정비계약까지 따내게 될 경우, 바라카 원전에 대한 장악력을 놓치게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업계 핵심 관계자는 “나와가 한국, 영국, 미국 등 3개 입찰 회사 중 어느 한쪽으로 마음이 기울지 않았다”며 “또 나와 내부에 정비 조직을 담당하는 본부를 만들어 정비 업무를 리드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2021년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인 바라카 원전의 경우 핵연료 교체 주기인 18개월 뒤 원전 가동과 관련한 100여 개 항목을 점검하는 계획예방정비를 진행한다. 업계에선 나와가 일상적인 정비 활동을 저렴한 가격에 한수원에 넘긴 뒤 상대적으로 비용이 비싼 핵심 정비 분야에 대해서는 시간을 끌면서 입찰을 유리하게 이끌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바라카 정비계약의 단독 수주를 위해 오랫동안 노력을 기울인 정부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UAE를 방문해 한국의 단독 수주를 설득한 바 있다.

단독 수주가 무산될 경우 계약 수주는 영국 밥콕, 미국 얼라이드파워 등 입찰에 뒤늦게 뛰어든 후발 주자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각에서는 UAE와 한수원이 인력 배치 문제 등을 두고 마찰을 빚어온 게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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