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 확대도 안되는데… 일자리 상생이 귀에 들어오겠나”

김현수 기자 , 변종국 기자

입력 2019-02-12 03:00:00 수정 2019-02-1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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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제조업 혁신 전략’에 쓴소리


“초등학생들한테 대학생 책 주고 공부해 보라는 느낌이네요. 4차 산업혁명, 고도화 뭐 다 와닿지 않고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려요.”

지난달 말 부산에서 열린 정부의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 전략’ 지역 순회 설명회를 나오며 한 중소기업 임원이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제조업 지원금을 확대한다고 해서 설명회에 와봤지만 들은 이야기 중 당장 도움이 될 말은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제조업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 전략’을 내놓고 올 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국 기업인들에게 이를 알리기 위해 부산뿐만 아니라 대구, 충남 서산시 등 7개 지역을 돌며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 고도화, 규제 혁신, 상생형 일자리를 포함한 지역 발전, 수소경제 등이 포함된 정부의 혁신안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현장과 겉돈다”란 반응이 나온다. 정부가 돈을 푸는 것도, 중장기 산업 전략을 짜는 것도 좋지만 당장의 현안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는 불만이다. 특히 노사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정부가 노동계의 눈치를 너무 보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한 재계 관계자는 “선진국에 다 있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도 이렇게 어려운데 수소경제나 상생형 일자리가 귀에 들어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현재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소 6개월로 늘리고, 대체근로를 허용하자는 안은 선진국들이 거의 채택하고 있는데 한국만 안 되고 있다. 이런 점을 바로잡지 않으면 기업들이 두고두고 투자를 꺼릴 것”이라고 했다.

정부 전략엔 미래만 있고 ‘현재’가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제조기업이 가장 원하는 게 균형 잡힌 노동 정책이지만 눈 씻고 찾아봐도 이 분야에 대한 비전은 없다”며 “산업 고도화 등 먼 미래 이야기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조업은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지원책을 내놓고 로드맵에 맞춰 추진하고 있는 추세다. 중국의 ‘중국제조 2025’ 전략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독일이 ‘독일 산업 전략 2030’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이 제조업 혁신 전략을 내놓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기업들은 규제혁신은 말로만 진행될 뿐이고, 다른 정책들도 당장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업인도 적지 않다. 역대 정부가 내놨던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10대 분야 육성책’(노무현 정부) ‘녹색 경제’(이명박 정부) ‘창조 경제’(박근혜 정부) 등은 당시에는 장밋빛 전망으로 기업의 투자를 유도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유명무실해졌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정부의 수소경제 육성책에 맞춰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다음 정권까지 이어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금이 큰 도움이 되는데, 정책이 언제 바뀔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도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필요해서 투자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역별로 필요한 산업을 정해두고 맞는 기업을 찾고 있다. 5년 뒤, 10년 뒤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 / 부산=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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