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사고 났어”…보이스피싱 57% 고령층 발생

뉴시스

입력 2022-09-27 14:09 수정 2022-09-2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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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세 주부 A씨는 딸을 사칭한 사기범으로부터 ‘엄마 나 휴대폰이 파손돼서 급하게 휴대전화 보험금 신청해야 해. 엄마 명의로 대신 진행하게 도와줘’라는 메신저톡을 받았다. 이에 속은 피해자 A씨는는 사기범으로부터 받은 메신저톡의 악성링크를 클릭해 원격조종 앱이 휴대폰에 설치됐다. 또 사기범에게 본인의 신분증 촬영본과 은행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전달했다. 사기범은 원격제어를 통해 A씨의 휴대폰에 설치된 금융 앱에 접속해 해당계좌 잔액과 오픈뱅킹서비스를 통한 타행계좌 잔액을 모두 사기이용계좌로 송금해 총 2억6700만원을 편취했다.

#. 70세 자영업자 B씨는 금융회사 팀장을 사칭하는 사기범으로부터 ‘저리로 대출해주겠으니 신원 확인과 신용 조회를 위해 신분증, 카드, 계좌 등의 사진과 정보가 필요하다. 은행 어플리케이션을 보낼 테니 설치해 개인정보 제공 절차를 진행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피해자 B씨는 사기범이 알려준 악성링크에 접속해 개인정보를 입력했고, 선납금 명목의 800만원을 사기이용계좌에 송금했다. 사기범은 이를 낚아채 잠적했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대상이 고령층에 집중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보이스피싱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건수 중 60세 이상 고령층 피해 비중은 지난 2018년 16.2%에서 올해 상반기 현재 56.8%로 3.5배 급등했다. 이 기간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 중 고령층 피해 비중은 22.2%에서 48.8%로 2배 넘게 급증했다.

고령층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2020년 7746건에서 지난해 1만2107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8650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이 고령층에 집중되는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에 미숙하고, 정보 수집과 순간적인 판단·대처 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점차 떨어지는 점이 꼽힌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수법은 문자메시지, 카톡 등으로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하며 긴급한 사정을 이유로 개인정보나 금전이체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A씨의 경우처럼 자녀가 부모에게 휴대폰 고장, 신용카드 도난·분실, 자동차 사고 등이 발생해 다른 번호로 연락한다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또 검찰과 경찰,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이나 금융사를 사칭해 자금이체를 유도하는 방식이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일례로 77세 주부 C씨는 서울지검 검사를 사칭한 사기범으로부터 ‘명의가 도용돼 대포통장이 개설되는 등 금융범죄에 연루됐으므로 무혐의 입증을 위해 국가안전계좌로 자금을 이체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에 피해자 C씨는 사기범의 말을 신뢰하고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사기범이 자금이체를 요구하며 알려준 사기이용계좌로 1억4000만원을 이체했다. 사기범은 이를 낚아채 도주했다.

최근 보이스피싱은 고령층에 많이 나타나는 외로움, 공포, 친근감 등 심리를 이용한 지능화된 수법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에 대비한 예방과 대책은 부족한 상태여서 고령층이 보이스피싱에 걸리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실정이다.

은행권에서는 가족들만 아는 정보를 미리 암호로 정해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연락이 왔을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족을 사칭하는 메시지를 통해 개인정보나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 가족만 알고 있는 암호를 제시하고 답변이 틀릴 경우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정부 공공기관이나 금융사가 개별적인 연락으로 고객정보를 요구하거나 특정 어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라는 경우는 없으므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생하면 우선 연락을 끊고 자녀 등 가족과 직접 통화하라고 조언한다.

송석준 의원은 “평생을 모아온 돈들이 갑자기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도 속상한데, 범죄 피해를 자책하는 어르신들이 많아 마음이 아프다”며 “고액현금 인출 시 고령층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문진이나, 은행 직원이 직접 현금인출 용도와 피해예방 사항을 확인하는 등 고령화 특화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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