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변화가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2030세상/배윤슬]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입력 2022-05-03 03:00 수정 2022-05-03 16:40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직업을 바꾸고 어느덧 만 2년 6개월, 햇수로는 4년 차가 되었다. 언제까지나 막내일 것만 같았는데 우리 팀에도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전까지는 오랜 경력의 반장님들이 도맡아 가르치고 나는 옆에서 간단한 조언만 거들었다면, 최근에는 내가 직접 가르치고 있다. 기술직의 특성상 도제식으로 모든 작업을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고 배워야 하기 때문에, 초보자가 처음으로 만나는 사수는 아주 중요하다. 조금 과장한다면 첫 사수가 그의 도배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기술자들이 자신의 기술을 알려주지 않기 위해 초보자가 있을 때에는 일부러 일을 쉬는 척하다가 초보자가 다른 곳에 가면 그제야 일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회식 자리에 참석해 술김에 물어봐야만 겨우 한두 개의 팁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비교적 쉽게 배웠다는 나도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그만둘 뻔한 위기가 참 많았다. 싫은 소리에 구박도 많이 받았고, 한참 동안 허드렛일만 한 뒤에야 제대로 벽지를 붙여볼 기회를 얻었다. 후배들을 가르치다 보니 아무래도 힘들게 배운 경험담을 들려주게 된다. 그런데 하루는 한 후배가 물었다. 그렇게 어렵게 배운 기술을 왜 이렇게 전부 다 쉽게 알려주느냐고.
그 이유는, 내가 알려주는 것 그리고 내가 가르치는 방식이 그에게는 도배를 하며 처음 마주하는 환경인 동시에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가 성장해 다른 누군가를 가르칠 때 나와 비슷한 방법 혹은 더 나은 방법으로 알려줄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기술을 알려줄 것처럼 희망을 주면서 실제로는 의미 없는 심부름만 시키고, 그 시간을 버텨낸 사람에게만 상처럼 기술을 알려주는 것은 분명한 악습이다.
또 기술을 빨리 알려주는 것은 일의 효율에도 도움이 된다. 어차피 시간을 써서 알려줄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 초보자에게 기술을 가르치려면 당연히 내 작업 속도도 느려지고 실수를 대신 수습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일 때보다 작업이 더딘 경우가 많다. 선배는 후배의 실수를 바로잡아주고 원인을 파악해 가르칠 의무가 있다. 몸으로 익히는 기술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그 시간은 초보자 혼자가 아니라 선배 기술자도 함께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두 사람의 손발과 호흡이 빨리 맞을수록 일의 효율도 높아진다. 초보자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역할의 범위를 넓혀줘야 기술자 자신의 기량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일하는 현장을 포함한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의 불합리함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문화를 이곳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내가 바꿀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바뀌는 것이다. 내게 배운 후배들은 앞으로 더 많은 그들의 후배에게 나보다 나은 방법으로 알려주고 그렇게 작은 변화들이 모여 세상이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말이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비즈N 탑기사
- 기존 크림빵보다 6.6배 큰 ‘크림대빵’ 인기
- “스무 살 됐다고 매달 30만원씩 내라는 엄마…보증금 모을 기간도 안 주더라”
- “월 400만원 보장” 믿고 동남아 갔다가…여권·휴대폰 뺏기고 감금
- 터널서 리어카 끌던 할머니, 경찰이 발견해 안전 구출
- “제가 가끔 미쳐요” 유명 작곡가, 마약 취해 비틀비틀 거리 활보…CCTV 공개
- “가난한 사람들은 시리얼로 저녁 때워라…” 美 대기업 CEO 발언 뭇매
- 훔친 택배차 몰다가 사고 낸 20대…경찰 10㎞ 추적해 검거
- ‘수집광’ 英 엘턴 존, 뱅크시 작품 등 900점 경매
- “왜 우리가 뒤집어 써야 하나”…전공의 일 떠안은 간호사들 부글
- “中 춘제 연휴 여행 지출, 코로나19 이전 수준 넘어”
- 서울·수도권 집값 낙폭 축소…지방은 확대
- ‘소액 지분 땅 투자’ 기획부동산 의심부터[부동산 빨간펜]
- 서울 25개구 중 6개구 빼고 전부 다 하락…‘아파트 가격 횡보 지속’
- 삼성전자 임원, ‘설카포 박사’ 늘고 빅테크 출신도 약진
- 경기관광공사, 임진각 ‘평화누리캠핑장’ 4월1일 재개장
- 尹, ‘금사과 꺾기’ 특단조치…농산물 가격안정 1500억 즉각 투입
- ‘알박기’로 150배 수익… 기획부동산-탈세 96명 세무조사
- LA관광청, ‘LA는현재상영중’ 글로벌 캠페인 전개… 역대 최대 규모
- 채소·고기 가격도 金값…‘못난이 채소·美냉동육’ 뜬다
- 갤S22·Z4부터 아이폰13~15 최대 지원금 일제 하향한 KT,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