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치솟는 채소값에 “지하철역·노후 상가서 기른 쌈채소 맛보실래요?”

뉴스1

입력 2021-08-05 10:52 수정 2021-08-0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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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에 조성된 실내 수직 스마트 팜 © 뉴스1

시금치와 상추, 깻잎 등 채소 가격이 폭등하면서 실내에서 채소 등을 기르는 스마트 팜이 주목 받고 있다. 지금은 농가와 상생을 위해 수입 채소를 수경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노지 재배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일반 채소를 생산하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기술발전으로 투자 비용도 점점 낮아지고 있어 경제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하철이나 노후 상가 등 도심 빈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덤’이다.

◇도심·매장 빈 공간이 논·밭으로?…“수요 안정화되면 가능성 충분”

4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에는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할 싱그러운 볼거리가 생겼다. 파릇파릇한 채소들이 빈 상가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

루콜라와 이자트릭스 등 엽채류(잎채소류) 등이 인공 조명 아래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좁은 실내에는 수직으로 4~5층으로 엽채류들이 길러지고 있었다. 한쪽에는 ‘무농약 농산물’ 인증과 함께 재배면적이 눈에 띄었다. 476㎡(평방미터), 20~30평쯤 돼보이는 공간을 145평가량으로 넓게 사용하면서 1년 365일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런 스마트 팜이 농촌 지역에서 최근 대도시 한가운데로 들어오고 있다. 마트나 상가, 지하철 역사 내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수직형 스마트 팜이 속속 설치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메트로 팜이라는 이름으로 5호선 답십리역, 7호선 상도역, 1호선 천왕역, 2호선 충정로역 등 총 5개 지하철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광주 금남로4가역에도 메트로 팜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대부분 실내 수직형 스마트 팜은 상추, 부추, 깻잎 등 이른바 쌈채소가 아닌 루콜라와 이자트릭스 등 엽채류(잎채소류)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기존 농가와 상생을 위해 작물 종류를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나무에 열리는 과실을 제외한 대부분 식물류를 재배할 수 있다. 부추나 대파 등 키가 크게 자라는 식물도 가능하다.

문제는 가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직형 스마트 팜에서 쌈채소를 생산할 때 100g당 3000원꼴이라고 하면, 노지 생산비용은 1500~2000원 수준”이라며 “계절에 따라 5~10배까지 값이 등락을 거듭하다 보니 일반 쌈채소 같은 작물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식물공장’으로 쓸 부지 비용도 문제다. 지하철 역사내 비인기 위치 유휴부지의 경우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월세 등 임대료가 많이 들어갈 경우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 업계 관계자는 “농지법상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곳은 정해져 있다. 현재는 버섯재배를 명목상 내세우고 신축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령을 미래 농업에 맞게 개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 관련 규정은 고정식온실과 버섯재배사, 비닐하우스, 농막 등 한정적인 용도로만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실내 수직형 스마트 팜 대형화에 나서고 있다. 농심그룹 계열 메가마트는 지난해 8월 천안 메가도매센터에 322평 규모 스마트 팜을 설치했다. 이곳 ‘실내 수직 농장’에선 연간 150톤가량의 채소를 생산 중이다. 메가마트 관계자는 “나지에서 수확한 채소류에 비해 가격 변동폭이 적다”면서 “채소류 수요·공급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여타 메가마트로 확대 운영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폭등한 채소값에 ‘수직 식물 농장’ 가능성↑

이같이 실내 수직형 스마트 팜이 눈길을 끈 것은 최근 폭등한 채소값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청상추 상품 평균 소매가격은 100g당 1572원으로 한 달 전의 1082원에 비해 45.3% 급등했다. 시금치 상품 평균 소매가격은 1㎏당 7979원에서 1만9459원으로 140%나 올랐다. 배추(전체 품종 상품)는 포기당 3118원에서 3502원으로 12.3% 상승했다.

이같은 가격 급등은 불볕더위로 인해 채소류 생육이 부진한 때문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집콕(집에만 있는 것)과 휴가철의 수요 증가 등도 가격 인상을 부추겼다.

스마트 팜은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만들어진 지능화된 농장을 말한다. 온도와 습도, 인공 햇빛 강도 등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노지나 시설하우스의 첨단화도 스마트 팜에 포함되지만 최근에는 실내 유휴부지에 조성할 수 있는 실내 수직형 스마트 팜이 주목받았다.

과거 수경재배의 경우 장비 등 초기투자 비용 때문에 시장 진입에 난항을 겪었다. 초기 투자비용만 20억~30억원 이상 들었고, 여기에 지속적 투입되는 유지·보수 비용에 비해 널뛰는 농산물 가격에 수익을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센서와 LED 조명, 데이터 처리 기술 발전과 노하우 축적 등으로 수익이 개선되고 있다. 1년 365일 고른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면 충분히 승산 있다는 게 시범사업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앞서 농촌진흥청이 2020년 서울·경기·전남·충북등 전국 8곳에 조성한 수직형 스마트 팜에서는 노지의 75배, 시설 하우스의 48배에 달하는 생산 효과를 거둔 것. 상추 생산량(10a당)을 보면 노지는 1800kg, 시설하우스 2844kg, 수직형 스마트 팜은 13만5700kg을 기록했다.

◇‘파테크’ 이후 가가호호 ‘채소 재배기’ 농장도 인기

‘채소값 폭등’으로 최근에는 가정에서 채소를 직접 키울 수 있는 재배기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교원은 지난 2018년 가정용 식물재배기 ‘웰스 팜’을 출시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4월까지 7000대 이상 팔리며 전년 대비 42% 급증했다. 교원 관계자는 “최근 채소값 폭등과 비례해 판매율이 크게 뛰지 않았지만 앞으로 이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판매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LG전자와 SK매직 등도 식물재배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식물재배기를 기획 중인 SK매직 측은 “홈가드닝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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