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가 범인 잡았다” 112 허위신고… 출동 경찰은 2시간 헛수고

김태성 기자

입력 2021-05-12 03:00:00 수정 2021-05-12 18: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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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신고 5년 연속 4000건 넘어


《 112 허위신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허위신고는 전국에서 4063건 발생해 2016년부터 5년째 4000건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으로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허위신고로 인한 행정력 낭비는 결국 시민들에게 피해로 돌아온다. 경찰은 “허위신고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해 99.9% 추적한다. 사안에 따라 구속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길에서 누군가가 휘두르는 칼에 찔렸어요. 다행히 도망가는 범인을 잡아 경찰에 넘겼습니다.”

지난달 18일 오후 112긴급전화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기 성남에서 한 20대 남성이 길을 가다 누군가의 칼에 찔렸다는 신고였다. 직접 피의자를 제압해 경찰에 인계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비상이 걸렸다. 곧장 순찰차를 현장으로 출동시킨 뒤 관련 보고가 들어왔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피의자의 신병을 시민에게서 인수했다는 기록이 없었다. 경찰로선 더 다급해졌다. 시민이 붙잡은 범인을 경찰이 놓쳤다면 있을 수 없는 대형사고이기 때문이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신고자와 만나 다시 상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주변을 탐문하고 인근 폐쇄회로(CC)TV까지 확인하는 데 약 2시간. 하지만 어디서도 범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신고자의 낌새가 이상했다. 뭔가 말의 앞뒤가 안 맞더니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결국 추궁 끝에 “특전사에 지원했는데 가산 점수를 받으려고 거짓말했다”고 털어놓았다. 해당 남성은 즉결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심각한 행정력 낭비로 이어지는 112 허위신고가 몇 년째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16년 4503건으로 늘어난 허위신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겨웠던 지난해에도 4063건으로 5년 연속 4000건을 넘어섰다. 허위신고자는 거의 대부분 꼬리를 잡히고 징역형까지 처해지는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악성 허위신고자에 대한 더욱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도 허위신고는 여전하다. 3월 30일 서울 서초구에선 A 씨(50)가 “아는 사람이 분신자살하려 한다”고 신고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A 씨는 이날만 “누가 마약을 했다” 등 일곱 번이나 허위신고를 했다. A 씨는 마지막 신고 지점 인근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만취 상태로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달 2일에는 약 1년 동안 350회 넘게 허위신고를 한 50대 여성 B 씨가 붙잡혔다. 노원구의 한 모텔에서 “강도가 들었다”고 신고한 B 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법원에 가겠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은 채 버텨 진을 뺐다. B 씨는 경찰 조사 결과 지난해 5월부터 368회나 112에 허위신고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경찰은 112 허위신고에 강경 대응하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신고자는 확인이 어려울 거라 착각하는데 99.9% 잡힌다. 초범이라도 끝까지 추적하며 형사 처벌과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063건의 허위신고 가운데 3533건(87%)이 경찰에 검거돼 처벌을 받았다. 처벌되지 않은 530건도 대부분 피의자가 고령인 점 등 사정을 감안해 훈방한 경우다.

처벌된 3533건 가운데 2579건(73%)은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즉결심판에 넘겨졌다. 954건(27%)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로 형사 입건됐다. 22명은 구속 수감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의 한 빌딩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거짓말했던 30대 남성은 지난달 법정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현재 허위신고의 약 4분의 3에 적용되는 경범죄처벌법의 처벌 수준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벌금이 최대 60만 원에 그쳐 올해 1월 개정된 119 허위신고 과태료(최대 500만 원)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허위신고는 정작 경찰이 꼭 필요한 곳에 출동이 늦어지게 만드는 등 막대한 피해를 불러오는 만큼 가벼이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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