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닮길 원했다”…빌 게이츠 ‘자선활동가’로 이끈 아버지 별세
조유라 기자
입력 2020-09-16 17:16 수정 2020-09-16 19:39
‘게이츠의 노트’ 홈페이지 캡처
“아버지는 내가 되려는 모습 전부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를 자선사업가의 길로 인도한 아버지 윌리엄 게이츠 시니어가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후드 운하에 위치한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5세. 빌 게이츠는 15일 블로그에 ‘아빠를 기억하며’라는 글을 올려 2018년부터 알츠하이머를 앓아온 아버지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였으며 시애틀 지역에서 변호사로 오랜 기간 활동한 게이츠 시니어는 둘째 아들 빌이 MS를 창업할 수 있도록 조건 없는 사랑과 지지로 용기를 준 든든한 후원자였다. 빌 게이츠는 “폴 앨런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기 위해 하버드대을 중퇴했을 때조차 마음이 편했다. 실패하더라도 부모님은 내 편이 돼 주실 거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게이츠 주니어는 첫 번째 부인인 메리 멕스웰 게이츠(1994년 작고)와의 사이에 크리스틴, 빌, 리비 등 세 자녀를 뒀다.
빌 게이츠가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세우고 자선활동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에는 아버지의 역할이 컸다. 1994년 가을 함께 영화관을 찾았던 아들 부부가 “자선활동에 대한 요청이 넘쳐나는데 여력이 없다”고 말하자, 게이츠 시니어는 “내가 도와주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현재 게이츠 재단의 전신이 된 ‘윌리엄 H 게이츠 재단’의 시작이었다.
2000년 빌 게이츠가 가족 재단들을 합쳐 현재의 게이츠 재단으로 만들기까지 게이츠 시니어는 1억 달러의 기금을 관리했다. 게이츠 시니어는 게이츠 재단 설립 후 아들 부부와 함께 공동대표도 맡았다. 재단은 에이즈 백신 개발, 소아마비 퇴치, 유아·모성사망률 감소 등 사업을 후원했다.
빌 게이츠는 “아버지가 계시지 않았다면 게이츠 재단은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라며 “아빠와 나는 재단에서 부자 관계가 아니라 친구이자 동료로서 일했다. 그는 고통 받는 사람을 보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빌 게이츠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 중 하나는 50세 생일에 아버지로부터 받은 편지라고 밝히며 “아버지의 지혜, 관대함, 공감, 겸손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아버지의 아들이 된 일은 정말 믿기 힘든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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