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제 새 사냥’ 금지시킨 佛… “전통” “동물학대” 논란 휘말려

파리=김윤종 특파원

입력 2020-09-09 03:00 수정 2020-09-0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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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나려 할수록 더 달라붙게돼 잔혹, EU선 1979년 금지… 佛, 지난달 제재

접착제를 바른 나뭇가지에 앉은 새가 몸부림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LPO 홈페이지 캡처
최근 ‘접착제 사냥’ 금지를 밝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사냥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환경단체가 조류 보호를 위한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집권당 ‘전진하는 공화국’ 일각에서는 “지지층인 사냥단체와 척을 지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프랑스 전체가 찬반 논란으로 뜨겁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이 전했다.

마르세유, 니스 등 남동부에서는 오래전부터 엽총 대신 나뭇가지에 초강력 접착제를 발라 새를 잡는 방식이 성행했다. 새가 벗어나려 할수록 더 많이 달라붙는다는 점을 이용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유럽 내 조류의 32%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이유로 1979년부터 접착제 사냥을 금지해 왔다. 프랑스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와중에 프랑스에서만 연간 4만2000마리의 새가 이 방식으로 사라지자 최근 “EU 차원의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마크롱 정권은 지난달 27일 접착제 사냥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가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 사냥에 관대한 이유는 중세 시절부터 사냥이 귀족 사교문화의 핵심 수단이었던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정부 허가를 받은 사냥꾼이 103만 명, 각종 사냥협회가 8만 개에 달할 정도로 정치적 입김 또한 세다.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2017년 파리 남서부 샹보르성 사냥터에서 사냥단체 회원들과 자신의 40번째 생일을 같이 보냈을 정도로 사냥단체와 친분이 두텁다. 사냥 면허 가격 인하, 사냥 가능한 동물 확대 등 사냥단체 입맛에 맞는 정책도 시행했다. 이에 사냥단체들은 조만간 대규모 시위를 조직해 마크롱 정권에 맞설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당 의원 중 상당수가 마크롱 대통령의 결정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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