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3점 뿐인 고려 ‘모자합’, 日서 환수

최고야 기자

입력 2020-07-03 03:00 수정 2020-07-0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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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
큰 합에 들어가는 작은 자합… 日 개인 소장하던 것을 구매


문화재청 제공
고려를 대표하는 나전칠기 유물인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이 일본에서 돌아왔다. 전 세계에 3점뿐인 고려시대 모자합(母子盒·큰 합 속에 작은 합이 들어간 형태의 합) 중 하나다. 국내 처음으로 모자합 형태의 나전합을 보유하게 됐다.

문화재청은 2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매입해 들여온 나전합을 언론에 공개했다. 길이 10cm, 무게 50g의 손바닥보다 작은 나전합으로 큰 합(모합)에 들어가는 자합(子盒)이다. 중앙의 꽃 모양이나 원형의 합을 주변에서 감싸는 동일한 자합 4개 가운데 하나로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모양의 나전합 2점은 각각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일본 교토의 한 사찰에서 소장하고 있다. 모합의 중앙에 놓는 자합 2점까지 포함하면 세계에는 5개의 온전한 고려시대 나전합이 남아있다.

이 나전합은 일본의 개인 갤러리에서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해 2월부터 설득에 나서 12월 들여왔다. 2006년 9월∼2008년 8월 국립중앙박물관의 ‘나전칠기―천년을 이어온 빛’ 특별전을 통해 국내에 공개됐다. 2018년부터 재단 측에서 본격적으로 환수를 추진했다.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일본에 고려 나전칠기 10여 점이 남아 있지만 대부분 국가지정문화재여서 이번 나전합만 매입을 통한 환수가 가능했다”며 “만약 구매 결정이 미뤄졌다면 일본에서 문화재로 지정할 수도 있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환수된 나전합은 전복패와 대모(玳瑁·바다거북 등껍질), 금속선 등을 이용해 국화꽃과 넝쿨무늬를 새겨 넣은 것이 특징이다. 뚜껑 무늬에서 가운데 큰 꽃무늬는 고려 나전칠기 대표적 기법인 대모복채법(玳瑁伏彩法)이 사용됐다. 대모를 아주 얇게 갈아 반투명 상태의 판으로 만든 다음 안쪽에 물감을 칠해 색이 은은하게 비치도록 하는 기법이다. 자합 테두리에 촘촘히 박은 동그라미 장식은 전복패로 만들었다. 고려 때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나전칠기에 대해 “지극히 정교하고 솜씨가 세밀하여 가히 귀하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고려 나전칠기 유물은 소재의 특성상 습기 등에 의한 파손 위험이 높아 대부분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자합 형태 등 전 세계에 남은 나전칠기는 파손품을 포함해 22점뿐이다. 완성품은 15점에 불과하며 대부분 미국, 일본이 보유하고 있다.

이번 환수로 기존 ‘나전국화넝쿨무늬불자’ ‘나전경함’과 함께 모두 3점의 고려 나전칠기 유물을 국내에 보유하게 됐다. 돌아온 나전합은 12월 22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의 ‘고대의 빛깔, 옻칠’ 특별전에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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