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말하는 식재료[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75〉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

입력 2020-06-01 03:00 수정 2020-06-0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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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
“양파를 한 겹씩 까다 보면 눈물이 나올 때도 있다.” 미국 시인 칼 샌드버그의 명언이다. 양파를 까본 모든 이들이 공감할 것이며 어느 정도 살았다면 마치 인생사를 말하는 것처럼 느낄 것이다.

양파는 크게 흰색 노란색 자색의 3가지가 있다. 뿌리 부분을 먹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줄기의 맨 아랫부분, 즉 뿌리와 접한 부분에 영양을 저장하며 불룩해진 대 부분을 먹는다. 요즘 한창 수확철인 흰 양파의 초록 잎은 대파처럼 이용한다. 재래시장에서는 잎이 달린 채 묶어 판매한다. 수분이 많아 촉촉하며 달고 매운맛이 없어 양파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좋다. 저장용으로 가장 흔히 보는 노란색 양파는 밭에서 잎사귀 부분이 말라 없어질 때까지 좀 더 기다렸다가 수확을 시작한다.

이른 여름부터 눈에 띄는 적양파는 주로 생채 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핑크빛 보라색이 눈에 확 띄는 이유도 있지만 일반 양파보다 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열하거나 피클 등 다른 재료랑 섞이면 변색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한번씩 우리를 울게 만드는 양파의 알린 성분은 피부를 건강하게 하고 눈을 보호하고 동맥경화를 막아 주는 좋은 식재료다. 이런 성분을 배출해 스스로 보호 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 좋은 성분을 잘 섭취하기 위해서는 조리 시 주의할 점이 있다.

아삭한 식감과 매운맛을 제거하기 위해 잘라 물에 넣어 둘 경우 수용성인 이 성분이 빠져 나간다. 양파는 껍질에 항산화 성분이 많아 차로 마시거나 자연염색에도 이용된다.

양파는 경작이 시작되기 전부터 중앙아시아, 이란, 파키스탄 서부지역에서 야생종으로 자라 실크로드를 통해 아시아에 퍼졌다. 로마인들은 스페인에서 영국에 이르기까지 점령지역에 양파를 퍼뜨렸다. 그 후 이민자들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퍼졌다. 하지만 야생종은 현지에서도 이미 자연적으로 퍼져 자라고 있었다. 양파에 관한 효능은 그때부터도 널리 알려져 있어 피라미드를 만든 이집트의 노예나 그리스의 올림픽 경기 선수들도 많이 섭취했다.

전투사들은 전투가 시작되기 전 양파 즙을 내 전신마사지 용도로 사용했다. 강한 향이 일종의 흥분제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마늘, 대파, 쪽파 등과 함께 힌두교와 불교에서 금기시되고 있다.

양파는 당근이나 토마토보다 더 달다. 강한 향 때문에 달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볶으면 단맛이 한층 높아져 프랑스식 양파 수프를 먹어보면 부드럽고 깊은 맛에 놀라게 된다.

혈관 청소를 위해 양파를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것을 그대로 먹어야 하지만 양파 맛을 즐기기 위한 유명한 메뉴가 있다. 양파에 칼집을 넣고 반죽을 살짝 묻혀 통째로 튀기면 한 송이 국화꽃처럼 퍼지는데 그 위에 조각낸 스테이크와 치즈를 얹은 감자튀김, 다진 베이컨 칩을 올린 메뉴가 있다. ‘3-point blooming onion’이라는 이 요리 하나만으로 3080Cal에 달한다.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어떻게 조리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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