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속 피자집 실제 주인 “박스 접는 법 제가 알려줬죠”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0-02-12 11:08 수정 2020-02-1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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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에서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가 반지하에서 피자 박스를 접는 장면.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속 기택(송강호)의 가족이 돈을 벌기 위해 피자 박스를 접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 피자가게는 ‘기생충’ 팬들에게 ‘성지’가 됐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과 함께 덩달아 명소가 된 영화 속 피자가게는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온 종일 전화 연결이 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영화 속 ‘피자시대’의 실제 가게인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스카이피자’ 사장 엄향기 씨는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드나들었다”며 ‘기생충’의 성공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몸이 좀 안 좋다. (사람들이) 계속 오시고, 또 멀리서 오신 분들도 있는데 그냥 보내기도 뭐하고 해서 그랬더니 (몸이) 너무 힘들다”면서도 “생각보다 피자도 좀 많이 팔렸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영화 속 ‘피자시대’의 실제 장소인 ‘스카이 피자’. 사진=동아일보

사실 ‘기생충’ 촬영 전 엄 씨의 남편은 촬영 제안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엄 씨는 “바른손이앤에이(‘기생충’ 제작사) 직원이 한 번 가게에 들러 (촬영을 제안했는데) 저는 호기심도 있고 해서 처음부터 하려고 마음 먹었었다”며 “그런데 남편은 복잡하다고 조금 반대를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저는 하고 싶었다”며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굉장히 복잡하긴 복잡하더라”라며 “가게를 다 뒤집어 놨었다. 소음이 없어야 해서 전기코드도 다 빼고, (물건도) 다 옮겨놓고 그렇게 하더라”고 덧붙였다.

극 중 기택의 가족은 유튜브에서 ‘피자 박스 빠르게 접는 방법’ 영상을 보며 피자 박스를 접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갔는데, 실제로 피자 박스 접는 법을 알려준 사람은 바로 엄 씨다.

엄 씨는 기택의 가족으로 출연했던 배우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이 가게에 와서 자신이 박스 접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엄 씨는 “영화 속에서 피자가게 사장이셨던 배우(정이서)가 (저에게 박스접는 법을) 배우고 그분들은 접는 걸 옆에서 봤다”며 “저는 (이 일을) 계속 했으니까 빨리 접는 방법을 알려드렸다”고 말했다.

또 엄 씨는 봉준호 감독에 대해서는 “굉장히 섬세하고 카리스마가 있더라”라며 “배우들을 대하는 태도도 (보니) 존댓말을 쓰면서도 편안하게 해주시는 것 같더라”고 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장면을 지켜봤다는 엄 씨는 “마음이 아주 흐뭇했다. 마지막 상을 탈 때는 제가 타는 것처럼 뭉클했다. 옛날 생각도 나더라”라며 ‘기생충’의 수상을 축하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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