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겨울 맞아?… ‘얼음을 찾아라’
양회성 기자
입력 2020-01-16 14:57 수정 2020-01-16 15:35
고대산 역고드름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천정과 바닥의 고드름이 서로 만나려 애쓰지만 포근한 날씨가 도와줄리 없습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역고드름을 신기한 눈빛으로 구경하고 있습니다.
눈도 안 오고 예년에 비해 그다지 춥지도 않은 재미없는 겨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큰마음 먹고 새로 장만한 두꺼운 패딩을 꺼내 입기 무색할 정도네요. 매년 취재를 갔던 얼음축제들은 따뜻한 날씨와 최근에 내린 비로 대부분 연기됐고, 확정된 날짜마저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희망사항’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얼음을 찾자’
신문에서 얼음 본 지 오래됐다는 생각에 고드름을 찾아 나섰습니다. 경기도 연천군 고대산의 한 폐터널에 매년 역고드름이 자란다는 소식을 익히 들은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곳을 찾았습니다.
서울에서 약 2시간을 달려와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역고드름’이라고만 쳐도 친절하게 안내가 됩니다.
이 터널은 일제 강점기에 용산과 원산을 잇는 공사가 일본의 패망으로 중단되면서 6.25때 북한군의 탄약고로 활용됐습니다. 그러던 중 미군의 폭격을 맞았고, 그때 천장에 생긴 틈과 온도차이로 물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매년 겨울마다 고드름이 동굴 종유석처럼 자라고 있는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았죠.
예년 사진에는 동굴 입구가 천장에서 내려오는 고드름과 바닥에서 올라오는 고드름이 서로 맞닿으며 이어져 거대한 창살 같은 모양을 형성하고 있었지만 올해는 워낙 포근한 날씨 때문에 틈이 많이 보입니다.
평일 일부러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눈빛에는 실망감이 가득합니다. 채 5분도 머무르지 않고 돌아가더군요. 기대보다 덜 한 현장이었지만 이것 또한 자연 현상인 걸 어쩌겠습니까. 그렇지만 바닥에서 올라오는 고드름이라니… 신기한 현상임엔 틀림없네요.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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