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산업 매출 32조 사상최대… “늘어나는 일감 피부로 느껴”
김형민 기자 , 세종=정순구 기자
입력 2024-09-20 03:00 수정 2024-09-20 08:30
[新 원전 르네상스, 다시 뛰는 K-원전] 〈하〉 원전 훈풍에 살아나는 생태계
탈원전때 공장 아예 닫았던 업체들… 신한울 3·4호기 등 수주 대폭 늘어
업계 “정권따라 정책 흔들려선 안돼”
“예전과 비교하면 원전 일감 늘어나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원자력발전소 두뇌에 해당하는 계측 제어 시스템 등을 만드는 기업 리얼게인의 올해 매출액은 탈원전 기간인 2017년과 비교해 15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탈원전 기간 묶여 있던 원전 일감이 최근 한꺼번에 몰리면서다.
이 회사 매출의 90%는 원전과 관련돼 있다. 이 때문에 탈원전 기간에 원전 일감이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아 공장 가동을 아예 중단시키기도 했다. 일감이 없던 시기에도 회사는 원전 보안 부문 기술 개발에 투자했다. 2022년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면서 그 투자가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기덕 리얼게인 부장은 “원전 보안이 중요해지면서 어쩌면 무모할 수 있었던 투자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며 “원전 협력업체는 원전 수주 이후 3, 4년 뒤에야 일감을 받는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체코 원전 수주 등이 업계에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해 원전 매출 첫 30조 원 돌파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전 업계 등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가 나고 체코 원전 건설의 정식 계약이 가시화되면서 원전 부품업체들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이미 신한울 3·4호기 일감을 받은 곳도 많다. 이른바 원전 낙수효과가 협력·부품업체에도 스며들기 시작한 셈이다.
경남 창원에 있는 원전 부품 기업 삼홍기계도 지난해부터 일감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업체를 누르고 2000만 유로(약 295억 원) 규모의 국제핵융합실험로 일감을 따낸 데 이어 같은 사업에서 올해 40억 원 규모 사업을 추가로 수주했다. 삼홍기계는 연말까지 핵융합과 원전 분야에서 약 800억 원 규모의 추가 수주에 도전하고 있다. 김홍범 대표는 “신한울 3·4호기와 체코 원전이 원전 업계를 살리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원전 업계에 부는 훈풍은 국내 원전 설비 수출 규모로도 증명되고 있다. 산업부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원전 설비 수출 규모는 4조100억 원이다. 직전 5년인 2017∼2021년(5904억 원)의 7배 가까운 실적이다.
원전 산업 전체 매출액도 상승세다. 지난해 원전 산업 매출은 32조1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돼 2022년(25조4000억 원)보다 26.3% 늘었다.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발전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공기관을 제외한 원전 민간 분야 투자 규모도 지난해 4880억 원으로 역대 최대다.
원전 산업이 활성화된 것은 기존 원전의 계속 운영 등으로 정비 수요가 늘고,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일감이 본격적으로 풀렸기 때문이다. 원전 일감은 올해 공급 목표 3조3000억 원 중 8월까지 59.7%인 1조9700억 원이 공급됐다.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일감이 970억 원에 그쳤다. 하지만 산업부가 2022년 7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공식화하면서부터 상황이 반전돼 지난해 일감 규모는 479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공급된 일감만 4738억 원으로 지난해 공급분에 육박한다.
● “정권 따라 원전 정책 바뀌지 말아야”
원전 업계는 한국이 원전 르네상스를 주도하기 위해선 정권에 따라 원전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력 수요가 갈수록 급증하는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동시에 키우는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올 5월 공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 국내 최대 전력 수요는 129.3GW(기가와트)다. 지난해(93.6GW)보다 38% 급증한 규모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기후에 따라 전력량이 급변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쉽지 않다. 원전이 이를 보완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인 태양광·풍력 발전과 원전을 함께 늘려 2038년까지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전기 중 70% 이상을 ‘무탄소 전기’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주요 무탄소 전원인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30년에 각각 31.8%, 21.6%를 차지하고, 2038년에 35.6%, 32.9%로 높아진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탄소 중립 목표가 분명한 만큼 화석 연료는 장기적으로 사라질 예정이기 때문에 그 빈자리를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동반 성장하며 채워야 한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탈원전때 공장 아예 닫았던 업체들… 신한울 3·4호기 등 수주 대폭 늘어
업계 “정권따라 정책 흔들려선 안돼”
경남 창원시의 원전 부품 업체 삼홍기계에서 직원들이 핵융합 시설에 들어갈 부품을 만들고 있다. 창원=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예전과 비교하면 원전 일감 늘어나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원자력발전소 두뇌에 해당하는 계측 제어 시스템 등을 만드는 기업 리얼게인의 올해 매출액은 탈원전 기간인 2017년과 비교해 15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탈원전 기간 묶여 있던 원전 일감이 최근 한꺼번에 몰리면서다.
이 회사 매출의 90%는 원전과 관련돼 있다. 이 때문에 탈원전 기간에 원전 일감이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아 공장 가동을 아예 중단시키기도 했다. 일감이 없던 시기에도 회사는 원전 보안 부문 기술 개발에 투자했다. 2022년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면서 그 투자가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기덕 리얼게인 부장은 “원전 보안이 중요해지면서 어쩌면 무모할 수 있었던 투자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며 “원전 협력업체는 원전 수주 이후 3, 4년 뒤에야 일감을 받는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체코 원전 수주 등이 업계에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해 원전 매출 첫 30조 원 돌파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전 업계 등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가 나고 체코 원전 건설의 정식 계약이 가시화되면서 원전 부품업체들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이미 신한울 3·4호기 일감을 받은 곳도 많다. 이른바 원전 낙수효과가 협력·부품업체에도 스며들기 시작한 셈이다.
경남 창원에 있는 원전 부품 기업 삼홍기계도 지난해부터 일감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업체를 누르고 2000만 유로(약 295억 원) 규모의 국제핵융합실험로 일감을 따낸 데 이어 같은 사업에서 올해 40억 원 규모 사업을 추가로 수주했다. 삼홍기계는 연말까지 핵융합과 원전 분야에서 약 800억 원 규모의 추가 수주에 도전하고 있다. 김홍범 대표는 “신한울 3·4호기와 체코 원전이 원전 업계를 살리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원전 업계에 부는 훈풍은 국내 원전 설비 수출 규모로도 증명되고 있다. 산업부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원전 설비 수출 규모는 4조100억 원이다. 직전 5년인 2017∼2021년(5904억 원)의 7배 가까운 실적이다.
원전 산업 전체 매출액도 상승세다. 지난해 원전 산업 매출은 32조1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돼 2022년(25조4000억 원)보다 26.3% 늘었다.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발전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공기관을 제외한 원전 민간 분야 투자 규모도 지난해 4880억 원으로 역대 최대다.
원전 산업이 활성화된 것은 기존 원전의 계속 운영 등으로 정비 수요가 늘고,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일감이 본격적으로 풀렸기 때문이다. 원전 일감은 올해 공급 목표 3조3000억 원 중 8월까지 59.7%인 1조9700억 원이 공급됐다.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일감이 970억 원에 그쳤다. 하지만 산업부가 2022년 7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공식화하면서부터 상황이 반전돼 지난해 일감 규모는 479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공급된 일감만 4738억 원으로 지난해 공급분에 육박한다.
● “정권 따라 원전 정책 바뀌지 말아야”
원전 업계는 한국이 원전 르네상스를 주도하기 위해선 정권에 따라 원전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력 수요가 갈수록 급증하는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동시에 키우는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올 5월 공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 국내 최대 전력 수요는 129.3GW(기가와트)다. 지난해(93.6GW)보다 38% 급증한 규모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기후에 따라 전력량이 급변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쉽지 않다. 원전이 이를 보완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인 태양광·풍력 발전과 원전을 함께 늘려 2038년까지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전기 중 70% 이상을 ‘무탄소 전기’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주요 무탄소 전원인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30년에 각각 31.8%, 21.6%를 차지하고, 2038년에 35.6%, 32.9%로 높아진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탄소 중립 목표가 분명한 만큼 화석 연료는 장기적으로 사라질 예정이기 때문에 그 빈자리를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동반 성장하며 채워야 한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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