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주 걸리던 싱가포르항까지 4주”… 글로벌 물류 ‘정체 도미노’
변종국 기자
입력 2024-07-09 03:00 수정 2024-07-09 10:45
상하이-네덜란드-벨기에 항만 등서
日평균 대기 선박 1~2월보다 50%↑
美대중관세 인상전 中물량 몰린 탓
韓제조업계 “납기일 못맞출까 불안”
“2주면 가던 싱가포르항까지 4주가 걸립니다. 물건이 제때 드나들지를 못하고 있어요.”
8일 경남 지역에서 제조업을 하는 한 기업 관계자가 해상 물류 차질에 따른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그는 “계획된 일정에 맞게 항만에 들고 나는 배는 하나도 없다고 보면 된다”며 “제시간에 물건을 못 보내면 고객사의 생산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벌금을 내야 한다. 사정을 말해도 소용없다. 납기일이 생명인 업체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글로벌 바닷길에서 대규모 선박 정체가 일어나고 있다. 주요 항만은 물건을 가득 실은 배들로 포화 상태다 보니, 항만 주변 바다에는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수십 척의 배가 입항을 기다리며 떠 있다. 선적과 하역을 제때 못 하다 보니 모든 선박 운항 일정이 꼬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 물류 플랫폼 첼로스퀘어를 운영하는 삼성 SDS에 따르면 주요 항만에서 배들이 대기하고 있는 적체 현상이 최근 심화되었다. 한국 기업들이 많이 이용하는 싱가포르항의 경우 1∼2월 하루 평균 43대였던 대기 선박이 3∼6월엔 60대로 늘었다. 상하이항의 평균 대기 선박은 1∼2월 하루 평균 40대에서 3∼6월엔 60대로 증가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3∼6월 하루 평균 45대, 벨기에 앤트워프항은 하루 평균 27대가 대기 중이다. 연초보다 약 50% 늘어난 수치다.
항만 적체는 뒤따라 오는 선박들에도 영향을 준다. 정체 도미노가 계속 이어지게 된다. 국내 한 물류업체 임원은 “바닷길이 완전히 꼬였다. 유럽까지 가는 데 35일 내외가 걸리는데, 요즘은 50∼60일까지도 걸린다”며 “홍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으로 물류가 혼란스러운데 항만 적체도 심하다 보니 팬데믹에 버금가는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항만 적체가 심각해지는 건 중국발 물량이 대폭 늘고 있기 때문이다. 8월로 예정된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에 앞서 중국 기업들이 물량을 대거 밀어내고 있다. 항만은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는데, 선박 숫자가 늘다 보니 적체가 이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 동부 항만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적체가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배성훈 삼성SDS 물류그룹장은 “아시아발 수입 물량 증가, 지중해에서 환적하는 물량 증가로 대기 선박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대기 선박이 늘다 보니 선박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도 심해지면서, 해운 운임은 계속 오르는 상황이 복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선박이 없으면 임시로 선박을 투입하면 된다. 그런데 항만 적체와 그로 인한 물류 차질은 구조적인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완화가 안 된다”며 “정부가 글로벌 물류망을 실시간으로 살피면서 기업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日평균 대기 선박 1~2월보다 50%↑
美대중관세 인상전 中물량 몰린 탓
韓제조업계 “납기일 못맞출까 불안”
“2주면 가던 싱가포르항까지 4주가 걸립니다. 물건이 제때 드나들지를 못하고 있어요.”
8일 경남 지역에서 제조업을 하는 한 기업 관계자가 해상 물류 차질에 따른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그는 “계획된 일정에 맞게 항만에 들고 나는 배는 하나도 없다고 보면 된다”며 “제시간에 물건을 못 보내면 고객사의 생산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벌금을 내야 한다. 사정을 말해도 소용없다. 납기일이 생명인 업체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글로벌 바닷길에서 대규모 선박 정체가 일어나고 있다. 주요 항만은 물건을 가득 실은 배들로 포화 상태다 보니, 항만 주변 바다에는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수십 척의 배가 입항을 기다리며 떠 있다. 선적과 하역을 제때 못 하다 보니 모든 선박 운항 일정이 꼬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 물류 플랫폼 첼로스퀘어를 운영하는 삼성 SDS에 따르면 주요 항만에서 배들이 대기하고 있는 적체 현상이 최근 심화되었다. 한국 기업들이 많이 이용하는 싱가포르항의 경우 1∼2월 하루 평균 43대였던 대기 선박이 3∼6월엔 60대로 늘었다. 상하이항의 평균 대기 선박은 1∼2월 하루 평균 40대에서 3∼6월엔 60대로 증가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3∼6월 하루 평균 45대, 벨기에 앤트워프항은 하루 평균 27대가 대기 중이다. 연초보다 약 50% 늘어난 수치다.
항만 적체는 뒤따라 오는 선박들에도 영향을 준다. 정체 도미노가 계속 이어지게 된다. 국내 한 물류업체 임원은 “바닷길이 완전히 꼬였다. 유럽까지 가는 데 35일 내외가 걸리는데, 요즘은 50∼60일까지도 걸린다”며 “홍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으로 물류가 혼란스러운데 항만 적체도 심하다 보니 팬데믹에 버금가는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항만 적체가 심각해지는 건 중국발 물량이 대폭 늘고 있기 때문이다. 8월로 예정된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에 앞서 중국 기업들이 물량을 대거 밀어내고 있다. 항만은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는데, 선박 숫자가 늘다 보니 적체가 이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 동부 항만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적체가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배성훈 삼성SDS 물류그룹장은 “아시아발 수입 물량 증가, 지중해에서 환적하는 물량 증가로 대기 선박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대기 선박이 늘다 보니 선박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도 심해지면서, 해운 운임은 계속 오르는 상황이 복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선박이 없으면 임시로 선박을 투입하면 된다. 그런데 항만 적체와 그로 인한 물류 차질은 구조적인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완화가 안 된다”며 “정부가 글로벌 물류망을 실시간으로 살피면서 기업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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