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뉴삼성’ 빅딜 1호로 떠오른 英 ARM…어떤 회사길래

뉴스1

입력 2022-09-22 15:22 수정 2022-09-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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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공항센터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14일간 북중미와 유럽 등 2개 대륙의 해외출장을 마치고 이날 귀국했다. 2022.9.21/뉴스1 ⓒ News1
‘어디에나 있다’, ‘반도체 업계의 준공공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다음달 만남을 공개하면서 삼성전자의 M&A(인수·합병) 가능성이 제기된 세계적인 반도체 팹리스(설계기업) ARM(암)은 특이한 수식어를 많이 가지고 있다.

이는 여느 반도체 기업과 완전히 다른 사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컴퓨터의 CPU와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는 AP칩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반도체 업계에서 독보적인 IP(지적재산) 판매 업체다.

삼성전자는 물론 애플, 퀄컴 등의 주요 반도체 기업이 모두 ARM 설계를 활용하고,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서 95%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즉 ARM은 기업들에 반도체 설계도를 제공하고 받는 라이선스(수수료)를 수익원으로 삼는다.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면 반도체 업계 판도를 바꿀 그야말로 빅딜이다. ARM 주인은 손정의 회장이 이끌고 있는 소프트뱅크(소프트뱅크 75%, 비전펀드 25%)다.

이러한 사업구조는 회사 탄생에서부터 40년에 걸쳐 자리잡았다. ARM의 전신은 1978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설립된 PC 제조업체 ‘아콘(Acorn)’이다. ARM은 아콘이 CPU 공동 개발을 위해 1990년 애플, VLSI와 손을 잡고 만든 조인트벤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2.6.15/뉴스1

아콘이 2001년 인텔의 아성에 밀려 문을 닫는 와중에도 ARM은 살아남았다. 라이선스 사업 특성상 많지 않은 인력으로 큰 지출 없이 회사를 꾸려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이후에도 ARM은 일관성을 지켰다. 자체 반도체를 만들라는 회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매출 성장세는 일정 수준에서 정체됐고, ARM 인수를 “내 인생에서 가장 가슴 벅찬 일”이라고 표현했던 손 회장은 결국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역설적인 건 이 지점이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면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와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점이다.

‘준공공재’적인 사업 구조 핵심은 모든 반도체 기업이 갖다쓸 수 있을 만큼 범용성 높은 칩 설계 역량이다. 시스템반도체 분야, 특히 설계 분야에서 이렇다 할 자산을 가지지 못한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면 40년 넘게 쌓아온 범용 칩 특허와 설계기술에 폭넓게 접근할 수 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을 이룰 자양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주대영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연구위원은 “소프트뱅크 경우엔 ARM 인수 후 단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여야 했다“며 ”반면 삼성 같은 반도체 기업은 ARM을 인수하면 장기 플랜 하에 조금 더 자유롭게 설계 인력부터 특허, 기술 이전 등에서 이점을 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올해 2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3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5월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등 유수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ARM 공동 인수 의사를 밝히며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독과점 규제로 컨소시엄 형태의 공동인수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독 인수 후 수직계열화 등의 직접적인 효과까지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긴 시간을 두고 사업 시너지를 내기엔 충분하다는 논리다.

ARM이 모바일 영역에 더해 서버부터 AI 반도체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쏠려있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할 기회기도 하다. 현재 삼성의 반도체 매출 중 70%가량은 D램과 낸드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에서 나온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ARM 기반 칩들은 설계 자유도가 높아 용도별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며 ”컨슈머 디바이스뿐만 아니라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등 대규모 인프라의 연계 시스템 구성에도 적극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ARM 인수 논의는 다음달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의 만남이 이뤄지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선이 쏠리는 곳은 ARM 인수 연합군에 어느 기업이 포함되느냐다. 공동 인수 참여 의사를 밝힌 인텔, 퀄컴을 비롯해 애플 등 폭넓은 기업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엔비디아의 인수 실패 선례를 고려하면 단독 인수 추진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며 ”ARM 인수를 위한 반도체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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