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도로 점령한 중국산 전기버스…올해 1~5월 시장점유율 44%

변종국 기자 , 김재형 기자

입력 2022-07-06 14:29 수정 2022-07-0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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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브랜드 버스보다 1억 원 낮은 가격
성능과 안전성도 점차 개선돼 위협적 존재로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국내 전기버스 2대 중 1대 이상은 중국산인 시대가 곧 온다.”

6일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가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을 무섭게 잠식해 가고 있다”며 한 말이다. 국내 대형 버스 운송 업체들은 직수입 방식으로 중국산 전기버스를 도입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영향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버스업계에 따르면 국내 버스 운송 1위 기업인 KD운송그룹은 올해 초부터 이엠코리아라는 자회사 만들었다. 이를 통해 중국 대형전기버스 ‘CHTC 에픽시티’를 들여오고 있다. 올해 4월에만 40대를 들여왔고, 하반기(7~12월)에도 수십 대를 더 들여올 계획이다.

KD운송그룹은 전국에 18개 버스운수업체를 가지고 있는 국내 최대 버스 운송업체다. 올해 7월 기준 5500여대의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연간 수십~수백 대의 버스를 대차(새 버스로 교체하는 것)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상당한 전기버스 수요가 나온다. 국내 2위의 버스 운송업체인 선진그룹도 판매 자회사를 설립해 중국으로부터 전기 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KD운송그룹 측은 “자회사를 설립해 수입을 하기로 한 건 맞다. 추가 전기버스 구매 계획은 설립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1~5월 국내에서 팔린 전기버스는 총 757대로, 이 중 중국산 전기버스는 331대(43.7%)다. 2021년 등록된 전기버스 1276대 전기버스 중 중국산은 424대(33.2%)였다. 중국 전기버스가 점차 점유율을 높여가는 추세다.

중국 전기버스의 공세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평가다. 중국 전기버스의 최대 강점은 가격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KD로서는 직수입을 하는 자회사 매출을 일으키면서 이득도 남기고, 그에 더해 부품과 정비 일감까지도 챙기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버스 ‘일렉시티’ 가격은 약 3억8000만 원 수준이다. 중국 전기버스 가격은 이보다 1억 원 가량 저렴하다고 한다. 3억 이하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차량에 대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서울시를 기준으로 받을 수 있는 대형 전기버스의 보조금 총액은 1억~1억5000만 원 정도다. 적게는 1억 원만 있으면 중국산 전기버스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 정부의 전기 버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면서 값 싼 중국 전기버스들이 한국 시장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버스 규격 규제가 중국산 버스들의 한국 진출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 버스의 너비(전폭)가 2.5m 이하여야 한다. 그러나 해외 주요 버스 업체들의 버스 규격은 너비 2.55m여서 5㎝차이로 국내에 수입이 안 된다. 수입 버스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새롭게 버스를 만들거나 개조를 해야 해서다.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기 때문에 한국 시장 진출을 꺼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 틈을 중국이 파고들었다. 중국 전기버스 업체들은 너비 2.5m의 버스를 개발해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버스들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고 값 싼 중국 버스의 성능 및 안전성까지 점차 개선되면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버스 가격 경쟁력이 너무 뛰어나다. 더 무서운 건 중국 전기버스의 성능과 안전성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행거리가 400㎞가 넘는데, 현대차 버스와 비슷하다. 안전문제로 크게 이슈가 된 적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업체들이 해외 브랜드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버스 생산을 하지 못한 것도 중국산이 득세하게 된 원인”이라며 “국내 버스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강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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