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면세업계, ‘역직구’ 판매로 활로 찾기

김소민 기자

입력 2022-06-29 03:00 수정 2022-06-2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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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면세품 온라인 구입 가능
K뷰티제품 최대 20% 싸게 판매… 국내 중소업체엔 새 판로 열려
롯데면세점 오늘 플랫폼 문열어… 신라-신세계도 내달 개장 준비



국내 면세업계가 해외 거주 외국인에게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역(逆)직구’ 사업을 시작한다. 정부가 올 3월 코로나19에 따른 여행객 급감과 고환율로 위기를 겪고 있는 면세업계 지원책의 일환으로 새로운 판매 방식을 허용하면서다. 한국 방문 이력이 없는 외국인에게도 국내 면세점 상품을 온라인으로 팔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면세업계가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면세업계 ‘역(逆)직구’로 새 승부수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29일 미국 중국 일본 등 9개국을 대상으로 업계 첫 역직구 플랫폼을 오픈한다. 해당국 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이라면 한국 방문 이력이 없어도 인터넷면세점을 통해 설화수, 라네즈, 정관장 등 220여 개 브랜드 3000개 품목을 구매할 수 있다. 아마존, 쇼피, 티몰 등 현지 플랫폼에서 같은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5∼20%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면세점이 직접 소싱한 제품이라 가품(假品) 이슈가 없고 70달러 이상만 구매하면 해외 배송비 부담도 없다. 롯데면세점은 연내 400개 브랜드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신라면세점 역시 28일 중국 물류 플랫폼인 알리바바 자회사 ‘차이냐오’와 업무협약을 맺고 다음 달부터 중국 소비자에게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300여 개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신세계면세점은 7월 중,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해 하반기(7∼12월) 역직구 플랫폼을 오픈한다.

면세업계의 역직구 시장 진출은 파격적인 조치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밀고 있는 하이난 면세특구도 하이난을 방문한 이력이 있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6개월간 면세품을 판매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세계관세기구(WCO)가 면세품을 해외 출·입국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판매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코로나 상황 등을 감안해 새로운 판매 방식을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 고환율 직격탄까지… “새 활로 뚫어야 생존”

28일 한국면세점협회가 발표한 산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조4536억 원으로 지난해 5월에 비해서도 1150억 원 줄었다. 관광객 회복이 더딘 데다 최근 고환율 직격탄까지 맞으면서 역직구 등 파격적인 활로를 뚫지 않고서는 생존이 어려워졌다.

특히 약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23일 기준)은 면세업계에 대형 악재다. 환율이 올라가면 면세점 상품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준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1300원이 넘어가는 고환율 시기에는 내국인이든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이든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1분기 신라면세점을 제외한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면세점 매출은 2019년 24조8586억 원으로 정점을 찍고 2020년 15조5052억 원으로 거의 반 토막 났다.

역직구 플랫폼은 면세점 매출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중견 브랜드의 해외 판로 개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이후 다이궁들이 이미 잘 팔렸던 물건만 사가면서 ‘뜨는 브랜드’가 생기기 어려웠는데 오픈된 플랫폼에서 다양한 브랜드들이 경쟁할 수 있게 된 것. 중소 브랜드에서도 역직구 플랫폼 흥행 여부를 주시하면서 입점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변화에 맞춰 새로운 중소 브랜드를 추가로 많이 입점시켰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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