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소비마저 사라져… TV-가전업계 ‘한숨’

홍석호 기자

입력 2022-06-23 03:00 수정 2022-06-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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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에 유럽 TV 수요 급감… 삼성, 이달 판매실적 10~20% 하락
글로벌 전략회의서 대책 집중 논의… LG도 수요 감소에 돌파구 찾기
증권사, 양사 실적 전망 하향 조정



“예측 가능한 리스크와 예측하기 힘든 리스크가 한꺼번에 겹쳤습니다.”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가 현 시장 상황을 설명한 말이다. 예측 가능한 리스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이 약화하면서 ‘펜트업’ 수요가 꺾인 것이다. 즉,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생활이 많아지면서 TV나 가전에 보복소비를 하던 수요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예측하기 힘든 리스크는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지정학적 이슈에 따른 물가 상승, 공급망 불안 등이다. 이 관계자는 “수요는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부담은 비교할 수 없게 높아졌다”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글로벌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이날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시장의 TV 및 가전 수요 감소를 극복할 전략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삼성은 이달 세계 주요국 판매실적이 전달 대비 10∼20%가량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 역시 수요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금성오락실’ 같은 고객경험 마케팅을 돌파구로 삼으려 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TV 시장의 위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TV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을 2억849만4000대로 예상했다. 이는 2010년 이후 TV가 가장 적게 팔렸던 지난해(2억1353만7000대)보다도 500만 대가량 적다. 당장 올 2분기(4∼6월) TV 판매량은 4329만8000대로 전년 동기(4785만4000대)보다 455만 대나 줄었다.

우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주요 시장 중 하나인 유럽의 TV 수요가 급감했다. 글로벌 물가 상승으로 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 감소가 두드러졌다. 식음료나 유류 등 생필품 가격이 오르고 있어 저소득층은 TV를 새로 구입하는 것을 미루게 되기 때문이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원자재가와 물류비용이 올라 소형 TV는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소리가 나온다”며 “수요가 줄었다고 해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생활가전 시장의 수요 감소도 만만치 않다. 가전업체 한 임원은 “미국 전미주택건설협회가 발표하는 주택시장지수가 최근 6개월간 내리 하락세를 그려 2020년 6월 이후 최저”라고 했다. 이 지수는 보통 가전 수요에 대한 일종의 선행지표로 쓰인다. 상황이 이러니 주요 원재료인 철강, 레진, 구리 등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두 자릿수 이상 상승했는데도 가격에 반영하는 것도 고민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TV, 가전 시장의 수요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분기 매출·영업이익 전망은 한 달 사이 소폭 하락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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