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족 일주일 괌 여행에 800만원…“두번은 못갑니다”

변종국기자 , 이건혁기자

입력 2022-06-21 03:00 수정 2022-06-21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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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동남아 등 물가 최고치…항공운임도 2년 전보다 30% 올라
고유가-고환율과 함께 여행 ‘악재’…업계 “코로나 끝나니 고물가” 울상



“아이들이 있어서 음식을 덜 시키는데도 4인 가족 한 끼에 60달러(약 7만7000원)가 넘어요. 물가가 완전 미쳤어요.”

최근 괌 여행을 다녀온 A 씨가 전한 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인 2019년보다 20∼30%는 오른 것 같다는데요. 4인 가족이 일주일 동안 괌 여행에서 쓴 돈은 800만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A 씨가 한마디 보탭니다.

“이런 물가라면 두 번은 못 가겠어요.”

동남아시아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싱가포르를 여행 중인 B 씨는 “맥주 작은 캔 하나에 6달러(약 5500원)다. 숙박료도 코로나19 전보다 30% 이상은 올랐다”고 전합니다. B 씨가 보낸 조촐한 식사 사진에는 작은 사이즈의 햄버거와 감자칩, 콜라가 있습니다. B 씨는 허탈하다는 듯 “이게 2만1000원”이라고 알려줍니다.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온 C 씨는 “공유 차량 우버를 탔는데, 유가가 올랐다고 추가 비용을 받더라”며 영수증을 보내왔습니다. ‘연료비 인상을 반영한 임시 추가 요금’ 목록이 새로 생겼다는 설명과 함께입니다.

여행 관련 카페에서는 해외여행 물가를 놓고 아우성입니다. “이게 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때문이다” “여행 가려고 돈 모았는데, 돈 더 모아야 가겠다” “여행 한번 갔다간 집안 기둥 뽑히겠다”는 등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반응들이 즐비합니다.

실제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5월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 8.1% 올랐습니다. 20여 년 만에 최대폭 상승이랍니다. 미국인들의 소비는 전년 대비 10∼20% 줄었다고 하네요.

항공운임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 중 국제항공료 지수는 지난달 128.7을 찍었습니다. 2020년 평균을 100이라고 했을 때의 상대적 가격입니다. 즉, 2020년보다 30% 가까이 항공료가 올랐다는 의미입니다.

여행 수요가 살아나기만을 기다렸던 여행·항공업계는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의 ‘3고(高)’ 상황이 2년여 만에 살아나려던 업황의 발목을 잡을까 두려워서입니다.

그나마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심리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5월 소비자동향 조사를 보면 ‘여행비 지출 전망’은 올해 초 87에서 지난달 104까지 올랐습니다. 100이 넘으면 여행 지출 의사가 크다는 뜻입니다. 코로나19가 끝나가면서 꾹 참았던 해외여행 욕구가 폭발하고 있는 겁니다.

여행·항공업계가 호황기에 접어들려면 국민들이 연평균 2회 이상 해외를 가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보복심리로 여행을 한 번은 가겠지만 물가에 데어 두 번은 가지 않는다면 ‘호황’에 대한 기대는 아예 접어야 할지 모릅니다.

항공업계 임원의 한마디가 귀에 맴돕니다.

“코로나가 끝나니 고물가가 마중을 나왔네요.”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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